토요일 오전 서울 화곡동 한우식당 '더함한우골'을 찾아갔다. 설렁탕 전문점을 여러 곳 운영하는 지인에게 반드시 벤치마킹할 것을 권했던 메뉴가 이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 메뉴가 바로 '해내탕(양곰탕)‘이다. 해내탕은 얼큰한 베이스의 양곰탕이다.


삼각지의 '평양집'이나 을지로에 있는 '부민옥'에서 파는 맑은 타이프의 양곰탕과 맛이 다소 다르다.


◇ 로스 리더 상품이지만 맛도 준수한 점심 메뉴

지인이 운영하는 설렁탕 전문점이 한우 설렁탕보다는 한우 양곰탕을 주력 메뉴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양곰탕의 저렴한 원재료비와 중독성 있는 매콤한 맛 때문이었다. 또 8000원에 푸짐한 한우설렁탕을 구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였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이 집 점심 메뉴는 해내탕(4000원), 우족탕(4000원), 우족갈비탕(5000원), 불고기쌈밥(8000원)이 있다. 모두 말 그대로 파격적인 가격들이다.


'더함한우골'은 한우 유통회사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 점심 메뉴들은 단기간에 고객을 끌기 위한 전략적인 메뉴다.


그렇지만 상품력은 우수하다. 손님 입장에서는 모두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가성비 만점’의 메뉴들이다.


그러나 수입산 갈비와 한우 우족을 사용하는 우족 갈비탕은 좀 빼는 것이 나을 성 싶다. 약식이지만 드라이에이징도 판매하는 소규모 한우식당의 강력한 콘셉트 구성에 수입산 갈비는 언밸런스 요소가 다분하다.


식당 안은 한산했다. 가성비가 탁월한 상품력인데도 손님은 별로 없었다. (며칠 뒤 공중파 방송에 노출되어 지금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토요일이라는 점도 있지만 홍보가 덜 된 부분이 컸다. 음식점 경영에서 이제 마케팅은 정말 중요한 요소다.


필자가 매스미디어에 우족탕과 해내탕 기사를 써준 덕인지 혹은 다른 이유인지 잘 모르겠지만 얼마 후 이 집은 영향력 막강한 공중파 방송에 소개되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홍보는 상투적인 광고투 홍보물이 아닌 팩트에 근거를 둔 양질의 콘텐츠 준비가 중요하다.
◇ 가치를 더 반영한 메뉴명으로 교체해야
지인이 다소 늦는다고 해서 우리 일행은 불고기쌈밥(8000원) 2인분을 주문했다. ‘불고기쌈밥’이라는 메뉴 이름은 이상하게 돼지고기 불고기의 느낌이 강하다. 시중 식당의 쌈밥+육류 형태 메뉴에서 육류를 대부분 돼지고기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한우불고기정식'이라고 메뉴명을 정했으면 좀 더 가치 있는 소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 메뉴는 '쌈'보다는 '한우'에 더욱 무게를 두어야 한다. 싸구려 메뉴가 아니라 고급육인 한우가 중심이 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메뉴라고 해도 그 가치를 이름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주문하는 손님은 먹기 전까지 그 가치를 모른다. 

◇ 불고기도 역시 원육이 중요하다
불고기쌈밥 구성은 ‘한우불고기 150g+쌈채+된장찌개’다. 결론적으로 상품력과 가성비는 발군이다. 불고기판에다 한우사골 국물을 부어서 제공한다. 한우불고기는 정량 150g으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이다.


고기 부위는 불고기에 주로 쓰는 목심이 아니고 사태를 사용했다. 불고기는 즉석양념으로 양념이 진하지 않다. 불도 숯불을 사용한다. 그러나 불맛은 미미한 편이다. 황동 불판에 한우 사태와 파와 버섯 등 구성요소가 8000원짜리 치고는 꽤 화려하다.


그러나 한우육수에 불고기는 그다지 잘 안 맞는 것 같다. 사골육수가 감칠맛을 내는 육수지만 간장양념의 불고기와는 맛의 밸런스가 안 맞는다.


사태를 결대로 커팅했다고 한다. 당연히 흔히 쓰는 목심보다 고기의 식감이 뛰어나다. 목심 2등급을 사용하는 불고기 전문점이 있다. 그 집은 한우이지만 고기를 워낙 얇게 커팅해 육류의 식감보다 양념 맛에 먹는 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찬 구성 등 상품력은 좋지만 확 끌어당기는 맛이 없었다.


결론은 불고기도 원육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목심도 1+ , 1++ 급 정도 사용해야 불고기 원육의 맛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다. 서울 마포의 한우식당 '화우명가'가 불고기에 1+ 정도의 목심을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한우 전문점들도 저녁에 불고기를 적극 판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불고기를 많이 판매하는 한우식당은 생각보다 드물다.


어렸을 때 불고기에 밥은 최고의 만찬이었다. 등심 등 원육 중심의 섭생도 좋지만 불고기에 밥이나 소주를 곁들이는 것도 맛있는 외식이다. 이 집 불고기정식에는 닭새우된장찌개도 제공된다. 8000원짜리 치고는 정말 가성비가 최상이다. 된장찌개 맛도 수준급인데 다소 제주도풍의 맛이 있다. 점심특선은 주말 포함하여 15시까지 제공한다.


뒤에 설렁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지인이 와서 우족탕과 해내탕(양곰탕)을 시식했다. 그는 시식을 한 뒤 이 양곰탕에 마음을 빼앗겼다. 나는 그에게 '양곰탕‘ 키워드를 강력하게 선점하라고 조언했다. 상품을 만들고 포지션 하는 능력은 지인의 몫이다.


키워드 선점은 외식 마케팅에서 아주 중요하다. '선육후면' 키워드는 '삼도갈비'에서 아주 강력하게 선점한 바 있다. 요즘 네이버에서 ‘선육후면’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는 ‘삼도갈비’ 딱 한 곳만 나온다.


‘양곰탕’를 키워드로 그리고 주력 메뉴로 끌고 가는 곳이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지인도 양곰탕을 상품화한 후 이 키워드를 강력하게 소구해야 한다.


'더함한우골' 점심특선은 맛과 가격에서 최고의 만족도다. 한우 유통회사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 점심 메뉴가 로스 리더(Loss Leader)의 성격이 강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최고의 오찬이다. 


* 로스 리더(Loss Leader)란?
원가보다 싸게 팔거나 일반 판매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미끼상품, 유인상품 등 다른 별칭도 있다, 보통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