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유독 하얀 쌀밥에 야키니쿠를 좋아한다. 오래전 재일동포 외식 컨설턴트가 야키니쿠에는 밥이 최고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난다.
그렇지만 식당에서는 밥이 아닌 면을 팔아야 수익이 좋다. 이른바 선육후면先肉後麵을 말한다. 외식전문가 입장에서는 면이지만 손님의 견해로는 쌀밥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밥이나 면을 먹지 않는 것이 몸(다이어트)에는 가장 좋을 것이다.
![]() |
▲ 제공=월간 외식경영 |
◇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이번에 방영된 프로는 시리즈 4 중 4편인데 고독한 미식가는 매회 시리즈마다 야키니쿠와 스테이크 등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가 육류구이 애호가인 것 같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분들은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를 벤치마킹 삼아서 보기를 권한다.
이번 시리즈 4에서는 고로가 도쿄 코미야로 상담하러 갔을 때 이태리 음식점 창업자인 의뢰자가 갈비와 등심으로 ‘벤또’를 먹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는다.
상담 후 고로는 곧바로 야키니쿠점으로 달려간다. 고로는 애피타이저로 족발을 먹고 안심 갈비와 스키야키풍 등심(로스)을 하얀 쌀밥에 곁들여서 완벽하게 해치운다.
일본 야키니쿠 식당은 혼자서도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손님의 시각에서 부럽다. 우리 한국은 보통 2인분 이상 주문으로 혼자서는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의 1인분은 보통 100g 단위다.
마무리로 고로는 육개장에 밥을 반 공기나 말아 먹는다. 드라마상 설정이지만 고로는 대단한 탐식가(貪食家 대식가)임에 틀림없다.
◇ 양념 숯불구이에 쌀밥은 천하일미
한국에도 숯불구이에 쌀밥을 아주 좋아하는 한 젊은이가 있으니 이름 하여 신성환(26세)이다. 블로그 네임이 ‘폴폴’이고 현재 K대학교 국제학부에 재학 중이다. 이 친구는 장래 외식산업에 종사할 예정이다.
체중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은 하지만 늘 음식 앞에서 흥분하는 특성이 있다. 키 180cm, 체중 90kg으로 또래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간다.
‘조선의 탐식가’라는 책을 보면 임금 정조와 실학자 정약용도 유명한 탐식가였다고 한다. 유명 인물 중 대식가가 많다.
이 젊은 탐식가와 또 다른 두 명의 20대 탐식가를 데리고 서울 송파 <담은갈비>에서 점심으로 숯불돼지갈비를 먹었다.
담은갈비는 고깃집이지만 독특하게 여성들 특히 젊은 주부들이 많이 찾는 돼지갈비 전문점이다. 또 고깃집의 로망인 점심 매출이 되는 곳이다. 특히 주부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맛깔스러운 사이드 메뉴와 상품력, 그리고 인테리어도 있지만 샐러드 바가 한몫한다.
샐러드바에서 고구마와 떡볶이, 그리고 복분자 음료 등을 담아서 왔다. 떡볶이는 간장 소스인데 가래떡 자체의 품질이 좋아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웰빙 중심의 사이드 찬류는 고깃집 기준으로 수준급이다. <담은갈비> 셰프가 유명 한정식집 출신이라 사이드 메뉴에 강점이 있다. 주방에서 일하면서 수시로 홀에 나와 손님을 접객을 하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담은갈비> 사이드 찬류는 웰빙과 맛을 다 잡았다.
우리 일행 4명은 한돈수제갈비 4인분을 주문했다. 1인분이 250g으로 1만4000원이다. 우선 원육 자체가 좋고 양념의 연한 색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몇 달 전 먹었을 때와 비교해 양념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단맛을 최소화한 은은한 풍미의 수제갈비다. 돼지갈비와 같이 밥을 먹으려고 공깃밥도 주문했다.
양념갈비는 밥을 곁들여서 먹는 것이 맛있다. 보통 고기를 다 먹고 마무리 후식으로 먹는데, 이렇게 밥과 같이 먹는 것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밥과 숯불양념갈비가 조화를 이룬다. 고로씨나 이 젊은 친구가 육류에 밥을 좋아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야키니쿠나 돼지갈비에 기본 소스인 간장과 단맛이 감칠맛을 더한다.
밥은 된장을 포함해 2000원이다. 하얀 쌀밥이 아닌 흑미다. 흑미가 건강에는 좋지만 이 젊은 탐식가는 하얀 쌀밥을 원하는 것 같다.
이 친구는 몇 달 전 경상도 실비식당 투어 때 이미 3끼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 모 갈빗집 앞에서 폴폴 나는 돼지갈비 냄새를 맡고 양념갈비에 하얀 쌀밥을 먹으면 좋겠다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래서 필자가 예상치 못한 지출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된장은 다른 고깃집과 달리 재래된장을 사용했다. 역시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느껴진다. 고깃집은 된장이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고로와 이 젊은이의 공통점은 먹으면서 흐뭇해한다는 점이다. 역시 탐식가의 특성이다.
◇ 다음은 육개장으로 마무리
밥 위에 고기반찬은 천하일미다. 더욱이 <담은갈비>는 참숯이다. 지로와 젊은 탐식가가 왜 밥에 고기를 좋아하는지 필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젊은 탐식가는 숯불구이와 쌀밥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열심히 고찰 중이다. 고민이나 고찰은 하지만 다음에 와도 열심히 먹을 것이다.
갈비를 다시 올렸다. 서울의 부유 상권인 송파, 서초, 강남에 그동안 맛있는 돼지갈비집이 거의 없었다. <담은갈비>, <삼도갈비>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 같다. 그 등장에 필자가 아주 약간의 영향을 미쳤다. 필자가 2년 전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기고한 맛집 기사를 참조하시라.
쌈채 중 쌈추가 눈에 들어온다. 쌈추는 배추와 양배추의 중간 교잡으로 탄생한 쌈 채소로 등장한지 20년도 안 되었다. 칼슘, 철분, 아스코르브산(항암) 등이 배추와 상추 등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웰빙 채소다. 중년인 필자는 일부러 골라서 먹었다. 이것은 중년의 지혜다.
쌈장은 좀 짜다. 재래된장으로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 입맛에는 잘 맞는다. 단맛이 강한 제조 쌈장보다는 훨씬 좋기 때문이다. 쌈장에는 몸에 좋은 견과류도 들어갔다.
<담은갈비> 돼지갈비는 두툼해서 좋다. 스테이크풍 숯불돼지갈비의 야들야들 부드러운 식감이 역시 밥 도둑이다.
마지막까지 분전하는 두 사람의 젊은 탐식가들은 샐러드 바 떡볶이까지 마무리로 구워 드신다. 고독한 미식가 고로씨도 칼칼한 육개장 수프로 마무리를 한다. 필자가 생각해도 매콤한 육개장은 야키니쿠(고깃집) 마무리로 제격이다.
<담은갈비>에서는 신메뉴로 가을에 한우육개장을 출시한다고 한다. 한국의 고로인 이 젊은이도 그 때는 육개장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맛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