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1세 정현군(가명)은 칵테일 전문가를 꿈꿨다. 직업전문학교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은 넘기 힘든 벽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정현군이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일은 주유소 아르바이트. 그러나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은 학업보다는 대부분이 집안살림에 사용됐다. 정현군은 현재 집을 나와 주유소와 백화점 주차장에서 두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구와 함께 지낸다. 칵테일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은 잊은지 오래.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

#2. 고등학생인 경민군(가명)은 할아버지의 계속되는 폭력을 피해 2년 전 청소년쉼터로 왔다. 쉼터에서 지내며 집 나간 아버지를 찾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는 없었다. 경민군의 꿈은 항해사였다. 중학교 때는 어려운 환경에도 전교 10등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지만 잇단 방황으로 고등학교에 와서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넓은 바다를 동경하던 아이는 지금 하루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어디든 취직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뿐이다.
 

/자료제공=드림풀
/자료제공=드림풀

사회복지기관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에는 이처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꿈조차 잃어버린 아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천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빈곤가정의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 중에는 '사회복지사'가 가장 많다. 이는 아이들이 실제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롤모델을 찾는다는 방증이다. 이 사회복지사는 "초등학교 때만 해도 아이들의 꿈은 일반가정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변을 돌아보며 꿈의 폭이 점점 좁아진다"고 말했다.

 

[커버스토리] '내 일' 찾아주고 '내일'도 찾아준다

 
◆'내 일을 부탁해', 기부도 하고 아이들 꿈도 찾고


이처럼 현실적인 제약에 갇혀 미래의 꿈을 꿀 기회조차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기부프로그램이 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한국타이어가 공동운영하는 온라인 기부사이트 '드림풀'의 '내 일을 부탁해'라는 사업이다.


드림풀은 '내 일을 부탁해'를 통해 직업선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내 일'과 꿈을 잃은 아이들의 '내일'을 찾아준다. 드림풀은 참여자가 미래직업 적성검사를 하는 것만으로 빈곤가정 아이들의 꿈을 위한 기부가 진행된다. 적성검사에 1만명 이상이 참여하면 한국타이어가 아이들의 꿈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한다. 한명의 참가자당 5000원씩 기부하는 셈이다.


기자 역시 '내 일을 부탁해'사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3488번째 참가자로 홈페이지에 접속한 기자는 각 문항당 두가지의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에 답을 했다. 정해진 상황에 어떻게 대처 혹은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지였다. 약 5분 만에 과정을 마치고 기자에게 추천된 직업은 이름도 생소한 '버블리스트'였다.


드림풀은 기자에게 추천한 '버블리스트'처럼 신청자들에게 생소한 직업이나 미래의 직업, 공익적인 직업 등을 추천해준다. 추천되는 직업군은 드림풀이 온라인마케팅전문회사와 협력해 선정한 것으로 방송자료와 직업관련 서적들을 참고했다. 이들이 작성한 직업리스트를 살펴보면 ▲증강현실엔지니어 ▲운동경기 기록원 ▲빗물 사용 전문가 ▲막걸리 소믈리에 등 생소하면서도 다양하다.

드림풀 관계자는 "아이들이 꿈을 갖기 힘든 환경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알고 있는 직업도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꿈과 내일에 대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단순히 후원을 받아 진행한다면 일이 훨씬 수월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리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며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물질적인 기부가 아닌 아이들의 입장을 알고 공감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풀은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타이어로부터 받는 5000만원의 후원금을 아이들에게 꿈에 대한 자극을 주고 다양한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강연회 등의 프로그램에 사용한다.

아울러 드림풀 측은 최근 기부문화로 자리잡은 '퍼네이션'(Fun+Domination)에 대해 경계하는 자세를 드러냈다. 드림풀 관계자는 "기부에 대해 강제적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하게 이벤트나 흥미위주로 진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재미라는 요소 안에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부도 1+1, 내가 기부하면 기업도 기부

한국타이어는 '내 일을 부탁해' 이외에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을 통한 사회적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매칭그랜트란 개인이나 단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동일한 후원금을 출연하는 기금 조성방법이다.

대개의 경우 매칭그랜트는 임직원이 낸 성금만큼 회사가 추가로 부담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드림풀이 진행하는 매칭그랜트는 한국타이어와 관련없는 사람이 드림풀에 기부해도 한국타이어가 동일한 금액 만큼을 더해 기부한다. 기부자로서는 자신의 기부가 2배의 액수가 되므로 기부의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온라인 나눔을 확산시키고자 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함께 드림풀을 만들었다"며 "애초에는 사내 기부문화 확산을 목표로 했지만 사내에서 효과를 거둔 것에 고무돼 외부적으로도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림풀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지면 나눔문화가 확산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매년 이와 같은 나눔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며 "단순히 일정한 액수를 기부하는 것보다는 국민들로 하여금 기부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