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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투성이에 양 갈래로 땋은 빨간 머리 소녀 삐삐가 걸그룹이 됐다면? 무려 다섯 명의 삐삐들이 삼촌 팬들의 심장을 ‘쿵쿵’ 두드렸다. 이 소녀들은 지난 18일 두 번째 싱글 타이틀곡 ‘삐삐’를 공개한 걸그룹 퀸비즈(Queen B’Z)다.
‘삐삐’의 모티브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 ‘말광량이 삐삐’다. 남성듀오 듀크의 김석민이 프로듀싱해 더욱 화제가 된 퀸비즈의 타이틀곡 ‘삐삐’는 셔플과 하우스 패턴의 리듬이 인상적인 신나는 노래다.
리더 메아리와 이아람, 지니, 구슬이, 막내 이루미가 분한 다섯 삐삐를 만났다. 언제나 짝짝이 양말을 신고 다니는 엉뚱발랄 소녀 ‘삐삐’처럼 퀸비즈 멤버들 역시 다양한 색깔을 무장한 채 넘치는 개성을 뽐냈다.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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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1. 故김지훈이 시작해 김석민이 마무리한 ‘삐삐’
듀크의 김석민이 퀸비즈의 새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그가 첫 프로듀싱한 이번 앨범은 퀸비즈와 김석민, 듀크에게 모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실 이번 앨범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故) 김지훈이 맡았었다. 리더 메아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삐삐’의 탄생 비화를 털어놨다.
“신곡 작업은 원래 김지훈 선배님이 작업하셨어요. 저희한테 밥도 많이 사주시고 잘 해주셨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작업이 중단됐어요. 데뷔 초 소속사 이사님과 친분이 있던 김석민 선배님이 사연을 듣고 ‘(김지훈이) 어떠한 느낌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알겠다. 못다한 걸 내가 마무리 짓겠다’며 이어 작업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퀸비즈만의 ‘삐삐’가 탄생하게 된 거예요.” (메아리)
퀸비즈 멤버들은 하나같이 프로듀서이자 가요계 선배인 김석민을 ‘볼매(볼수록 매력)’라 칭했다. 편안하고 재미있게 작업했다는 이번 앨범은 그 시작부터 남달랐던 덕분인지 팬들을 유쾌하게 했다.
“데뷔곡 ‘bad’는 걸그룹 최초로 시도됐던 뱀파이어 컨셉이었어요. 강렬하고 섹시한 컨셉이었는데 이번 ‘삐삐’를 통해서 퀸비즈의 색다른 반전 매력을 알아봐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퀸비즈는 ‘bad’처럼 강렬한 것부터 ‘삐삐’처럼 깜찍한 장르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걸요!(웃음)”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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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2. 너무 일찍 철든 소녀들의 동거 ‘데뷔까지 3년’
‘퀸비즈’는 벌을 모티브로 해 부지런한 가요계의 여왕벌이 되겠다는 의미다. 무대 위 여왕벌을 꿈꾼 소녀들은 지난 3년간 합숙하며 같은 꿈을 꿨다. 지난 11월 13일 치러진 2015학년도 대입 수능을 치룬 막내 이루미도 드디어 숙소 입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언니들이 밤새 응원 판넬을 만들어서 수능날 저를 응원하러 왔어요.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언니들이 너무 고마웠고 어깨가 으쓱해졌죠. 그런데 표현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했는데... 언니들을 보니까 긴장감이 싹 사라지고 웃음부터 터지던데요(웃음)” (이루미)
“이루미가 장녀라서 그런지 퀸비즈의 막내인데도 언니들보다 성숙해요. 오히려 언니들이 재롱을 부린다니까요.(웃음)” (이아람)
수능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루미는 스무 살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리스트 중 숙소 입성을 0순위로 꼽았다. 그간 언니들끼리 복닥거리며 함께 하는 모습이 내심 부러웠던 듯, ‘드디어’ 숙소 행이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다음으로 언니들과 꼭 가보고 싶은 곳도 있다고 한다.
“‘XX비어’라고 감자튀김이랑 치즈스틱에 맥주 먹는 곳이 있더라고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제일 ‘핫’하다던데 언니들이랑 꼭 가보고 싶어요.” (이루미)
퀸비즈 멤버들은 지난 3년 간 아침에 일어나면 안무 연습과 노래 연습에 매진했다. 게다가 가장 힘들다는 다이어트를 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돼 주었다.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돼준 것은 ‘퀸덤’이다.
“퀸비즈의 팬클럽 ‘퀸덤’ 분들은 정말 짱이에요. 퀸비즈 공연 때마다 늘 오시는 오빠, 삼촌 팬 분들이 계세요. 카메라로 저희 모습도 찍어주시고요. 하루 스케줄이 3~5개 정도일 때도 늘 오셔서 응원해주세요. 너무 감사해요.” (구슬이)
오빠, 삼촌 팬들은 걱정을 덜어도 될 듯하다. 비록, 삐삐 머리에 금세 깨어질 듯 유리 감성을 지니고 있는 소녀들이지만 숙소 앞에 경찰서가 있다며 든든하다고 했다.
“특별히 싸운 일도 없고, 너무 잘 맞아요.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보니 비밀도 없고, 서로를 너무 잘 아니까요. 또 의외로 깔끔한 편이라서 다들 청소, 빨래도 알아서 해요. 그리고 동생들이 저를 많이 따라요. 귀여운 ‘껌딱지’들이에요.(엄마 미소)”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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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는 공통점 또한 퀸비즈의 원동력이다. 리더 메아리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차라리 성악을 하라’는 가족의 반대에 부딪쳐 성악 전공을 했다. 그러다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와 발라드 가수를 꿈꾸다 퀸비즈의 리더가 됐다.
메인보컬 구슬이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손가락이 짧아서 노래를 시작했다는 아픈 과거를 덤덤히 얘기했다. 사실 피아노보다 노래가 천직이었다는 다행스러운 발견도 퀸비즈에 합류하게 된 이유다.
퀸비즈의 대표 댄서 지니는 CF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아역 배우 출신으로 연기자를 꿈꿨다. 그러다 수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보게 된 배우 오디션에서 가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듣고 망설임 없이 퀸비즈에 뛰어들었다.
“가수 역시 배우가 아닐까요. 무대 위에서 가수도 역시 연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가수는 배우보다 무대에서 좀 더 자유분방하게 연기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지니)
길거리 캐스팅으로 퀸비즈에 합류하게 된 막내 이루미는 지난 10월 뮤지컬 ‘온조’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돼 한 달여간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국어A가 생각보다 어려웠다며 걱정은 했지만 방송연예과로 전공을 결정했다는 소녀의 야무진 계획이 기특했다. 엄마의 어릴 적 꿈인 ‘가수’를 자신이 대신 이뤘다는 뿌듯함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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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 지, 어느덧 1년이 돼가는 걸그룹 퀸비즈는 2014년 어떻게 지냈을까. 퀸비즈는 무엇보다 지난해 말 ‘2013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KPOP 부문 신인가수상을 수상하면서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랩퍼 이아람은 중국에서 활동할 당시 아찔했던 추억을 회상했다.
“중국의 ‘보이스 차이나’ 초대 가수로 초청됐을 때였어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갑자기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구간별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차로 10시간을 이동했었어요. 메이크업할 시간이 없어서 차에서 서로 스프레이도 뿌려주고, 화장도 해주고. 정말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해요. 퀸비즈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됐었지만 너무 보람 있었던 기억 같아요.” (이아람)
퀸비즈에게 ‘뮤즈가 있느냐’라고 질문했지만 장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누구 하나 뽑을 수가 없다는 멤버부터 욕심쟁이라 자처하며 고민에 빠진 멤버도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리더 메아리는 가수 옥주현을 뮤지컬 배우와 가수로서도 모두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지니는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이효리처럼 댄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아이유 선배님의 노래를 좋아해요. 선배님 특유의 그 감성이 너무 좋아요. 듣기 편한 목소리도 너무 매력적이고요.” (이루미)
바로 앞에 아이유 선배가 바라보고 있기라도 한 듯 어깨를 꼿꼿이 힘을 준 채 말을 이어나간 이루미. 5명이서 3인분을 나눠먹은 지도 언 3년, 언제나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 온지도 3년이 흘렀지만 퀸비즈는 누구 하나 긴장감이 풀어진 멤버들이 없었다.
“왜 힘들지 않겠어요. 걸그룹이요. ‘멘탈’이 강해야지요. 이것도 다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치다가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우리의 자리가 남들이 꿈꾸던 자리일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바라던 자리이기도 하고요. 퀸비즈 멤버들은 다 긍정적인 편이라서 그런지 다들 언제나 ‘으으’ 힘이 넘쳐요!” (메아리)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운되기 쉬운 겨울, 매년 되풀이되는 캐롤이 싫증나는 요즘 같은 때 유쾌한 노래 ‘삐삐’를 추천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뇌리에 남는 흥겨운 리듬이 작지만 따뜻한 손난로처럼 메마른 겨울 감성을 데워준다. 철든 여동생을 보듯, 다섯 소녀들의 순수한 열정은 눈 내리는 포근한 겨울 아침처럼 깨끗하고 상쾌한 기분을 선사해줄 것이다.
이 다섯 소녀 퀸비즈의 스타포텐은 ‘순수열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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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협찬 : 서울특별시 강남구 학동로33길 27-1 ‘윌리엄 카페’
<사진=젤리몬즈 스튜디오(jelliemonzst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