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름답고 멋진 외모를 갖는 것보다 한 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또 있을까. ‘미’(美)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는 법이 별로 없다. 성형을 통해 갖게 된 ‘인공의’ 아름다움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증수표로 간주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쁘고 잘 생기면 취업도 이성친구와의 만남도 수월해지고 심지어 대접도 더 잘 받는다. 그래서 엇비슷한 모습의 성형미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그들은 의사가 만들어낸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의란성 쌍둥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폐해도 적지 않다. ‘의란성 쌍둥이’라는 말보다 더 심한 용어는 ‘성형괴물’(성괴)이다. 그들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가해자다. 도를 넘은 성형중독자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에 대한 환상을 바로잡는 제대로 된 ‘미학교육’이 필요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공급적인 측면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물론 성형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공급도 늘어나는 것이겠지만 국내 성형시장은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병원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묻지마식 성형을 부추겨 문제가 되고 있다. 성형 부작용에 대한 설명 없이 극단적인 성공 사례만 소개하며 수술을 부추기는 병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성형 현상과 문제점, 그리고 올바른 성형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지, 인식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박은수 부천 순천향대학병원 성형외과 박은수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성형을 의학으로 봐야 하나, 미학으로 봐야 하나.

성형외과의 영역은 미용성형과 재건성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사실 대중에게 예쁘게 만드는 수술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성형외과의 정의는 신체 외부에 나타나는 기형이나 변형 등을 개선·치료하는 외과계통 특수 분과다. 하지만 일부 잘못된 인식과 지식으로 인해 미용성형이 왜곡되고 있다. 불법 시술 등의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용성형도 의학의 영역이며 삶을 구하면서(Life saving) 삶을 변화시키는(Life changing) 의학이다.

- 전문의가 바라보는 성형의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미용성형은 삶을 바꿔 준다. 입술이 갈라져 태어난 구순구개열 환아 같은 경우 성형을 통해 일반적인 외모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적절한 성형은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처럼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는 예쁘고 잘생긴 외모는 단순히 호감도를 높이는 옵션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무기에 가깝다. 미용성형은 이러한 환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잘못된 인식과 과도한 욕심이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성형중독에 빠진 '선풍기 아줌마'와 같은 문제는 큰 파문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다.

- 선풍기 아줌마 등의 사례처럼 성형중독이 불러오는 문제가 심각하다. 적절한 성형의 선은 어디까지인가.

아름다움 즉, 미의 기준은 사실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속담처럼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굳이 성형수술에서 일반적인 미적 기준을 정한다면 얼굴을 기준으로 국소해부학적 미용 단위가 얼마나 대칭과 균형을 이뤄 잘 조화 되느냐 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적 기준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때문에 사람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다. 분명한 것은 아름다움에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흔히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김치'하며 웃는다. 그것은 무표정한 모습보다 웃는 얼굴이 예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친절하고 사려 깊은 행동에서도 우린 아름다움을 느낀다.

즉 아름다움, 미는 단지 얼굴이나 몸매의 생김새, 외향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으로 표현되는 내적 아름다움이 뒷받침 돼야 진정 아름다운 것이며 이는 곧 외적 향상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성형외과 의사로서 때론 성형수술을 원하는 환자에서 특별한 신체적 결함이 없음에도 심리적 문제나 갈등의 해결책으로 성형수술을 생각하거나 비현실적인 환상을 가진 경우를 보곤 한다. 따라서 성형수술을 받고자 한다면 단순히 광고, 대중매체나 남의 말에 휘둘려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고 사전에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담을 가진 후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권한다.


- 우리나라에 부는 성형열풍,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성형을 졸업이나 생일 등 기념이 되는 선물로 생각하거나 아예 주변에서 권장할 정도로 대중화 돼 있다. 미용성형은 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성형을 하는 경우가 주류이며 그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개인의 선택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정신질환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만 주로 외모지상주의와 황금만능주의, 무한경쟁 등의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 성형과 관련된 TV프로그램이 인기다. 기대와 우려는?

성형수술로 인해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사람을 매체에 노출시킴으로써 성형수술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왜곡된 여성에 대한 미의식과 무분별한 성형광고의 홍수, 그리고 <렛미인>, <다이어트 워> 등의 방송프로그램이 여성들의 불필요한 성형수술을 부추기고 양산할 수 있다.

- 의학의 발달과 성형의 열풍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성형외과들이 난립해 있다. 과당경쟁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데….

진료영역 왜곡과 와해로 미용성형분야에 상당수의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아닌 일부 의료인들이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최근 한의학·치과 영역에서도 미용시술을 시행하는 동향이 보인다. 이는 성형의학을 단순한 돈벌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의 미용성형 시장은 공급자가 넘쳐나 점차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과대광고, 비현실적 수가가 문제다. 이런 과당경쟁은 왜곡된 성형외과 의사상, 윤리적 문제, 의료사고 등 많은 난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제는 불법 브로커들이 활개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자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근본적으로 의료체계와 의료보험 정부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성형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기준점 등)을 잡아준다면….

성형수술이 꼭 아름다움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형수술은 일정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외과적 의료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 지나친 기대를 갖기보다는 자신의 신체 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잃을 수 있는 손해를 고려해야 한다.

 

사실 아름다운 외모는 인간 자체의 욕망이라 볼 수도 있으며 현재 사람의 행복과 성공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각자의 개성으로 표현되는 내적 아름다움이 뒷받침 돼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이는 곧 외적 향상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프로필
1993년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1998년 전문의 자격 취득 / 2001년 순천향대학병원 전임의 / 2002년~2003년 순천향대학병원 전임강사 / 2004년~2007년 순천향대학병원 조교수 / 2005년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 자격 취득 / 2005년 뉴질랜드 Middlemore Hospital 두개안면성형외과 연수 / 2008년~현재 순천향대학병원 교수 / 2011년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취득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