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을 둘러싼 인수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금호산업의 주인이 되기를 자청한 이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바로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두둑한 현금을 보유한 호반건설, 사모투자펀드(PEF)사들이다.

박 회장은 이들보다 단돈 1원이라도 더 써내야 한다. 사모투자펀드는 돈은 있어도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존재 때문에 단독인수가 어렵다. 경영자 역할을 해줄 대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 가용현금만 6000억원대로 알려진 호반건설도 단독으로 지를지 PEF와 손잡아야 할지 고민되긴 마찬가지다.

 

/일스트레이터=임종철
/일스트레이터=임종철



◆ 우아한 ‘백조’… 물 밑에선

지난 2월25일. 우리나라 산업 역사상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로 꼽히는 금호산업의 인수의향서(LOI·Letter Of Intent) 접수가 마감됐다.

산업은행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 2일 인수 적격 예비후보자를 선정했다. 이후 충분한 실사 기간을 거쳐 4월 중순 본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주간사 측은 지난 2월25일 이후 추가로 인수의향서를 받은 곳이 없다고 밝힌 만큼 지난달 27일 참여 포기를 선언한 신세계를 제외한 호반건설과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 MBK파트너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IBK펀드), 자베즈파트너스 등 총 5곳이 최종 인수 후보가 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 아직 인수 의지를 드러내지 않은 기업들이 PEF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일부 기업은 IB들을 통해 이들 4개 PEF와 접촉해 연합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이 완주 의지를 명확히 밝힌 데 이어 호남기업 몇곳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주목되는 인수 후보는 단연 채권단 보유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회장이다. 다만 그는 지난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 이후 사재 3300억원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출연해 현재 자금이 부족하다. 유일한 주식자산인 금호타이어 지분 5.22%도 대출담보가 설정돼 유동화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박 회은이 대기업이나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항공업 진출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는 유통업체 빅3(롯데·신세계·CJ)가 박 회장과 제휴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신세계가 인수의향서 제출 후 철회했지만 신세계를 포함한 3사는 언제든지 박 회장과 손잡을 여지가 남아있다.

이들 대기업이 박 회장 측과 경쟁하는 구도는 각 기업 오너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만큼 박 회장과 손잡고 항공업에 진출해 물류부문을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과 이 회사가 소유한 광주터미널 내 백화점의 장기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금호 측과 거래가 활발한 신세계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너인 회장의 부인끼리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CJ그룹도 박 회장과 손잡을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아울러 박 회장이 군인공제회 등 유대관계가 끈끈한 재무적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는 등 금호그룹과 인연이 깊다.

이외에도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항공업 확대 차원에서 여타 사모펀드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 제주항공이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이어서 애경그룹은 상당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 금호산업 아닌 금호그룹을 품는다

이처럼 금호산업 M&A는 아직 초읽기에 불과하다. 단순히 인수 후보가 된 호반건설과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 MBK파트너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IBK펀드), 자베즈파트너스 등 총 5곳이 전부가 아니란 이야기다.

따라서 현재 금호산업의 인수금액은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많은 증권사 및 관련업계에서는 1조원대의 입찰가를 예상하지만 어느 한순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기업이 금호산업 M&A에 관심을 갖는 걸까. 금호산업만 놓고 보면 의아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시공능력 평가 20위 건설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금호산업을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 등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의 시발점이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또한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 등 워크아웃으로 흩어졌던 핵심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 셈이다.

◆ 안갯속 상호비방과 악성 루머까지

이처럼 금호산업은 국내 산업 역사상 두번 다시 보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인 인수·합병(M&A) 물건이다.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의 재계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규모다. CEO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그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과 CEO들의 의중을 떠보는가 하면 부정적인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호반건설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다. 호반건설-금호산업 간 관계와 묘한 시점 등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온 것. 따라서 호반건설은 지난달 25일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기 직전, 금호산업의 보유지분 4.95%를 모두 매각했다.

이는 호반건설이 인수전에서 보유주식을 적당한 때에 매각, 시세차익을 노릴 것이라는 일각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다. 호반건설은 이미 지난해 11월 주식시장에서 금호산업 지분 6.16%를 매입한 뒤 지난 1월 주식의 일부를 매각,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긴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홀로 조 단위의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본입찰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을 거둘 것이라는 ‘염불보다 잿밥’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호반건설은 그간 업계에서 제기한 의혹을 씻어내고 인수전에서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