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구멍가게가 대부분이었던 1989년, 국내 최초로 편의점이 등장했다. 당시 미국계 세븐일레븐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에 1호점을 낸 것. 구멍가게에 대항하는 세븐일레븐의 생존방식은 간단명료했다. 특별한 제품을 팔지도, 그렇다고 싸게 팔지도 않는 것. 다만 남들이 영업하지 않는 시간을 공략했다. ‘24시간 문을 닫지 않고 영업’하는 참신함에 점점 편의점 이용객이 늘어났다. 뒤를 이어 훼미리마트(현 CU), 미니스톱, LG25(현 GS25) 등이 줄줄이 시장에 등장하며 판이 커졌다. 한국의 편의점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 26년이 흐른 지금, 국내 편의점 수는 2만5000개에 달한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갓길까지 마주치는 수십개의 편의점을 지나치지 않고는 길을 다닐 수 없을 정도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인구 대비 편의점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성장속도도 세계 최고다. 편의점산업은 출범 이후 단 한해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었다. 경기 부진과 정부 규제로 유통산업의 강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때도 ‘나홀로 독주’를 이어갔다. 워낙 잘나가다보니 편의점에 ‘눈독’ 들이는 대기업도 하나둘 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편의점시장이 뜨겁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880만여명이 편의점을 이용하고 편의점 불모지로 통했던 울릉도 지역에도 점포가 들어설 정도니 말 다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매장을 1600개가량 늘렸다. 매출 성장률도 한자릿수대를 유지했다. 유통업계 전반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편의점만 예외선상에 있다는 평이다.


◆한집 걸러 한집, 편의점 전성시대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시장은 CU, GS25, 세븐일레븐 등의 점유율이 92%에 달하는 3사가 장악한 과점시장이다. 나머지 8%는 지난해 편의점사업에 뛰어든 신세계의 편의점브랜드 위드미와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365플러스, 미니스톱 등이 나눠 가졌다.

점포 수로 보면 업계 1위는 CU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3조368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전년보다 7.6% 불어난 수치. 10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도 1년새 18.2% 늘어나 1241억원으로 치솟았다. 당기순이익 역시 44.9% 증가한 1015억원을 기록했다.


“점포당 일매출 신장에 따른 매출액 증가와 우량점포 개발에 집중해 수익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등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CU매장은 지난해 말 8408개로 1년 전보다 469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PB상품이 잇따라 스타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수익성 기여에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단순히 편하게 상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객중심의 맞춤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낳은 플러스적인 결과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의 성적도 좋은 편이다. GS리테일 매출만 4조9624억원. 전년보다 매출이 5.4% 늘면서 5조원에 육박했다. 편의점사업 부문만 보면 3조5020억원으로 전년보다 8.8%가량 늘었다. 매출 면에서는 이미 CU를 앞선 셈. 점포수도 7774개에서 8290개로 516개 불어나면서 1위인 CU와의 격차를 좁혔다.

3위인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세븐일레븐의 성장세도 매섭다.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를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매출액이 2조6860억원으로 전년보다 5.1% 증가하면서 2013년 매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2009년 6590억원의 매출을 올린것을 감안하면 5년 새 4배가 넘게 뛴 것이다.

모두 가맹점 수가 대폭 늘어난 결과다.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지난해 총 139개 늘어 7230개를 기록했다. 이제는 1~2위 사업자와 등수를 구분하기 무색할 정도로 볼룸을 갖춰 2위인 GS25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3위와 간격이 벌어진 미니스톱도 소폭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9% 증가했고 점포수는 2002개로 1년 전보다 89개 늘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위드미는 지난해 말 500개 점포를 오픈하는 데 성공했다.

◆안테나숍·PB상품… 그들의 생존전략

편의점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사업자들은 저마다 차별화를 앞세워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 첫번째가 가격경쟁력이다. 편의점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품가격이 높은 것이 사실.

하지만 PB상품 개발을 통해 패키지 디자인을 간소화하고 판촉 등 관련 마케팅활동에 드는 비용을 축소해 자체 마진을 줄였다. 주요 편의점의 PB상품은 제품 차별화 및 브랜드별 독점공급이라는 장점이 있어 각광받고 있다. 실제 PB상품은 전년대비 평균 10%대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안테나숍도 또 하나의 생존전략이다. 미니스톱은 1990년 목동 1호점 오픈 이후 편의점업계에선 유일하게 전 점포에 주방을 별도로 설치, 치킨·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한다. 또 아이스커피, 조각 치킨, 소프트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CU의 경우 지역별 특성에 맞춰 카페테리아형·문화형으로, GS25는 일부 매장을 빵 굽는 베이커리 형태로, 세븐일레븐은 도심 번화가 점포를 도시락카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드미까지 가세한 경쟁 속에서 올해 어떻게 점포를 확장하고 브랜드를 개발하느냐가 내년 편의점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편의점주 쟁탈전도 주요 변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중 가맹계약이 끝나는 점포가 지난해보다 1000개가량 많은 4000여점포로 추산돼 브랜드별 점포 유치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며 “생존전략도 중요하지만 ‘자유계약’ 상태가 된 이들 점포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