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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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오전 2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역과 수유역 사이 선로에서 불이 났다. 이날 화재는 미아역-수유역 사이에서 레일 정비작업을 하던 레일 연마차에서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불길은 3시간만인 새벽 5시쯤에야 잡혔다. 하지만 선로 내부에 들어찬 연기가 빠지지 않아 연기 환기작업이 이어졌고, 불이 꺼진 후 열차 운행이 재개되는 데까지는 2시간이 걸렸다. 열차 운행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재개됐지만 일찍 출근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여기서 만약 출·퇴근을 하던 근로자가 이 지하철을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보상받지 못한다. 다만 오는 2017년부터는 출·퇴근 중 지하철이나 버스·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 산재보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출·퇴근 산재 형평성 논란… 중소기업 근로자 '불리'

현행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이용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서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사고로 인정한다. 예컨대 회사 통근버스를 타거나 회사 지침으로 직원끼리 카풀을 하다 사고가 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다. 회사가 직원의 출·퇴근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자가용을 통해 출·퇴근 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산재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산재보상의 범위가 일반 근로자보다 넓다는 점이다. 공무원이나 군인, 사립 교원 등은 민간기업과 달리 자신의 과실로 인한 사고를 제외하고 출퇴근 중 당한 대부분의 사고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다. 

공무원은 퇴근 이후에도 직무를 계속하거나 품위유지 등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자치단체나 국가와 같이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출퇴근 중 사고의 경우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과 공무원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근로조건이 좋은 공무원이나 통근차량을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은 보호를 받는 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소외되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들도 “출·퇴근시 사고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더 큰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반론한다.

정치권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은 2017년부터 대중교통, 이륜자동차, 자전거 등을 타고 출근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 업무상 재해를 적용하고,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 2020년부터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출·근 사고 관리 어려워… 모든 게 기업부담”

이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곳은 재계다. 재계는 모든 출·퇴근 중 사고를 산재로 인정할 경우 4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한다. 출·퇴근 중 교통사고는 자동차보험 등 다른 보장수단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4일 ‘출·퇴근 재해 산재보험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재해에 대한 산재보험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일부 해외국가에선 출·퇴근 교통사고의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