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법’ ‘부자 증세’

종교인 과세 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이로써 45년 넘게 이어져온 종교인 과세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과세 대상을 종교단체가 아닌 ‘종교인 개인’으로 대상을 한정지었다는 점이다. 이에 종교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경비 인정비율이 차등 적용된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법에 의한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대상에서 빼주는 필요경비 공제율을 소득에 따라 20~80% 차등 적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종교인의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일 경우 과세하지 않는 경비를 80%까지, 4000만~8000만원이면 60%까지, 8000만~1억5000만원은 40%까지, 1억5000만원이 넘으면 20%만 인정된다.

예컨대 연 소득이 4000만원인 교회 목사의 경우 80%(3200만원)가 공제된 800만원이 과세 대상이 돼 연간 48%의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다. 같은 연봉의 일반 직장인의 경우 평균 소득세 85만원을 납세해야 한다.

또 정부는 전체 종교인 23만여명 중 면세자 등을 제외한 4만~5만명 정도를 과세 대상자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추산 세수는 연간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시민단체는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 기준이 일반 국민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한다. .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종교인도 국민의 일원으로 공평하게 세금을 내야한다”며 “종교인들처럼 세금 특혜를 받는 사람이 있으면 성실한 국민들의 납세의지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인들의 납세 공제율이 높아 근로소득자에 비해 세 부담이 낮고 과세 형평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종교인 과세 법안에 대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종교인 과세법’ ‘부자 증세’ (사진은 개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종교인 과세법’ ‘부자 증세’ (사진은 개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세수확보, ‘부자 증세’가 더 시급


앞서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세수확보를 위한 대책을 강조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년 30조원 넘는 재정적자와 10조원에 달하는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있다”며 “근로소득에 준한 종교인 과세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종교인 과세도) 다른 소득과 공평한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부자 증세’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세수결손을 감당할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법인세 정상화”라며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적잖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법인세 정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법인세 최고세율↓=빈부격차↑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에 불과하다. 미국과 일본 39%대, 프랑스 34.4%, 독일 30.2%엔 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재분배 효과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케티 등이 운영하는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s Database)에서 한국의 소득 집중도는 외환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상위 1% 소득은 1995년 6.9%에서 2012년 12.2%로 5.3%포인트 증가했고, 상위 10%의 소득은 29.2%에서 44.9%로 15.7%포인트 증가했다.


한국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1995~2012년) /자료=The World Top Incomes Database(http://topincomes.parisschoolofeconomics.eu/#Database:)
한국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1995~2012년) /자료=The World Top Incomes Database(http://topincomes.parisschoolofeconomics.eu/#Database:)


한국의 상위 10% 소득 집중도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스웨덴 5개국과 비교했을 때 극명히 나타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는 미국>영국>일본>프랑스>한국>스웨덴 순이었지만, 2012년에는 미국>한국>영국>일본>프랑스>스웨덴 순이었다. 20여년 사이 한국의 불평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확연히 심해진 셈이다.


소득 집중도 국제 비교(1995~20112년) /자료='한국의 임금 불평등'(김유선, 2015)
소득 집중도 국제 비교(1995~20112년) /자료='한국의 임금 불평등'(김유선, 2015)

법인세 공제액 증가율>>>>>>>>법인세 납부액


법인세 공제액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6년간 대기업 법인세 공제액이 대폭 증가하면서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지난 8월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법인세 납부액은 2008년 14조1518억원에서 2014년 14조1810억원으로 292억이 증가했고, 증가율은 0.2%였다.

하지만 법인세 공제액은 2008년 3조5456억원에서 2014년 4조9757억원으로 1조4301억원이 증가했으며 증가율은 40.3%였다. 아무리 수익이 늘어도 공제액이 커지면 법인세 실제 납부액은 증가하지 않는데, 지난 6년간 법인세 실제 납부액은 약 1조4000억원가량 감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