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보험사들이 대대적인 판매채널 재편에 나선다. 지난해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화재도 최근 판매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혀 보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삼성그룹 계열보험사가 판매자회사를 통해 기존 GA(보험대리점)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장기적으로는 독립투자자문업(IFA) 도입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또 GA형태인 판매자회사의 경우 전속설계사에 비해 감독당국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전속설계사채널보다 유연하게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 계열보험사들의 판매자회사가 GA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두 삼성그룹 계열보험사가 판매자회사를 통해 기존 GA(보험대리점)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장기적으로는 독립투자자문업(IFA) 도입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또 GA형태인 판매자회사의 경우 전속설계사에 비해 감독당국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전속설계사채널보다 유연하게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 계열보험사들의 판매자회사가 GA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 |
/사진=뉴시스DB |
◆감독당국 감시망서 비교적 자유로워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오는 5월 판매자회사인 ‘삼성화재 금융서비스’(가칭)를 출범한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사 10개 내외를 설립하고 지사당 400여명의 설계사를 배치할 예정이다. 신설 판매자회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규모는 4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 판매자회사는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다루는 GA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태다. 생명보험상품의 경우 전 생보사 상품을 취급하지만 손해보험상품은 자사상품만 취급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자사형 GA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8월 자본금 400억원을 들여 판매자회사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를 오픈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점당 50명씩 총 1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에서도 손보사 상품은 회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판매하지만 생보사 상품 중에서는 삼성생명 상품만 취급한다.
하지만 이를 보는 업계의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앞서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등이 설립한 판매자회사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두 삼성그룹 계열보험사는 왜 400억원대의 비용을 투입하고 인력을 충원해서라도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 걸까. 두 보험사는 GA 설립 명분으로 ‘상품판매채널 다변화’를 내세웠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속내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 |
삼성그룹.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비용절감에 있다. GA의 경우 전속설계사채널에 비해 비교적 금융당국의 감시망에서 비껴나 있어 보험사는 GA형태의 판매자회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사 구조조정설이 나도는 이유기도 하다. 실적이 우수한 전속설계사는 회사에 묶어두고 그렇지 못한 설계사는 판매자회사로 이동시키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설계사를 솎아 내 구조조정 방편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GA에 맡겼던 보험상품 대리판매 비중을 자회사로 돌리면 자사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수수료 지출도 줄일 수 있다. 수익증대와 비용절감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GA 영향력 약화… IFA 대비 차원?
연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독립투자자문업(IFA)의 대비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속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해준 대가로 자문료를 받는 금융자문업체다. IFA가 도입되면 GA는 보험뿐만 아니라 펀드, 연금 등 증권사 상품을 소개하거나 자산관리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IFA 도입이 달갑지 않다. IFA가 도입되면 그동안 꽉 쥐고 있던 판매주도권을 대형GA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매자회사를 설립해 기존 GA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판매주도권을 움켜쥐고 장기적으로는 IFA 도입 시 판매채널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정안에는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고용 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판매자회사는) 이에 대한 회피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판매자회사로 옮겨도 계약이관이 가능해 회사에 남으려는 전속설계사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와 위촉관계를 맺고 영업을 하는 전속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와 근로자의 중간 형태로 분류되는 특수형태고용 근로종사자다. 전체 특수형태고용 근로종사자 중 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그는 “설계사는 보험사와 판매계약만 맺었을 뿐 스스로 일정을 조절하고 실적에 따라 본인의 수입이 결정돼 개인사업자 특성이 더 강하다”며 “그런데 전속설계사에게도 보험사 직원처럼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을 적용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보험사 입장에선 판매자회사가 여러모로 유용한 대비책인 것이다. GA업계 관계자는 “자회사형 GA의 경우 주로 해당 보험사 상품을 권할 가능성이 높아 전속설계사가 판매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판매자회사는 저능률 보험설계사가 내몰려 꾸려진 형태라 순수한 독립채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외적으로는 GA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전속대리점(TA)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이에 삼성화재 관계자는 “IFA제도 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며 “설계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이를 일축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