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과 큰돈을 할애해야 했던 해외여행의 트렌드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간편한 2박3일 주말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여행상품도 저렴해지는 추세다. 먼 곳보다는 가까운 일본, 중국, 동남아지역의 여행지가 꾸준히 사랑받는 가운데 최근 들어 큰 인기를 끄는 여행지가 있다.
온라인여행예약사이트 호텔스닷컴이 지난해 대비 올해 검색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2016 숨겨진 인기여행지 톱 11’을 발표했는데 1~2위가 베트남 호이안(330% 증가)과 다낭(295% 증가)이었다. 이 도시들은 검색량이 4배가량 증가하며 최근 인기가 급상승했다.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118% 증가)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베트남여행에 관심이 많다. 미국의 경우 아시아여행지 중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가 인기여행지 상위권에 꼽혔다. 인터넷포털사이트 야후에 따르면 미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 1위로 베트남이 꼽혔다. 또 야후파이낸스는 은퇴 후 추천지역 9곳을 선정했는데 베트남 해변도시 나트랑을 1위로 꼽았다. 나트랑은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서양인에게 우호적인 곳이다. 특히 나트랑은 매달 650달러로 생활이 가능한 점이 매력 포인트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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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투자처로 더 주목받는 베트남
이처럼 베트남은 국내외에서 여행지로서 각광받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인해 베트남이 투자처로서 더 주목받고 있다. TPP(Trans-Pacific Partnership)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묶어 경제의 통합을 이루는 협정이다. 공산품, 농업제품 등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지적재산권, 노동규제, 금융, 의료서비스 등 모든 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TPP는 지난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에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 일본의 주도로 캐나다, 호주, 멕시코,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태평양연안 총 1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발전했다. 현재 TPP 협정에 참여하는 국가의 국내총생산을 합치면 세계경제의 40%에 해당한다.
TPP의 12개 참여국 중에서도 베트남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TPP에 참여한 베트남이 투자확대 등에 힘입어 6%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인구는 9300만명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해 기준 1인당 GDP는 2000달러를 넘어섰다. 2012~2015년 연평균 성장률도 5.7%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국제기구별 베트남 성장률 전망치는 IMF가 6.4%,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6.6%다. 베트남의 목표성장률은 6.7%로 중국과 비슷하거나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은 현재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낼 것으로 주목받는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인도차이나반도의 메콩강 유역 5개국 중 ‘신 차이나’가 될 국가로 베트남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앞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베트남’을 많이 구매할 것이며 TPP 체결에 따라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는 글로벌기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호찌민 남쪽 지역에 이미 12개 이상의 공업단지가 조성됐다.
실제로 섬유·의복·신발 등 경공업제품 공장들이 베트남으로 대거 이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 라벨제조업체인 에이버리 데니슨(AVY)을 비롯 유니클로, 나이키 등이 베트남으로 신규투자 혹은 증설계획을 세웠다. 국내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여러 기업이 베트남에 공장을 증설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검토 중이다.
세계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리는 이유는 양질의 노동력과 함께 투자환경을 적극적으로 제공받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이 3달러 내외인 중국이나 태국보다 베트남(2달러 이하)의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베트남은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국가 중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이룬 곳이다.
물론 베트남의 인프라환경이 아직 미흡하지만 베트남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제2의 개혁개방’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 내부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외부적으로는 중국의 대안투자처로 떠오르면서 베트남을 향한 글로벌기업의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제조업 vs 선진국-부동산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전년대비 12.5% 증가한 227억6000만달러다. 업종별로는 가공 및 제조업부문이 152억3000만달러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이외 전기와 가스, 수도가 약 29억달러, 부동산이 약 24억달러로 각각 전체의 10%가량을 차지했다.
베트남에 유입된 FDI 중 한국의 베트남 투자(26억달러)가 전체의 17.2%로 가장 많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주로 제조업에 치중된 반면 다른 선진국은 부동산과 금융 등에 몰려 대조적이다.
이처럼 세계의 투자가 베트남으로 몰리면서 앞으로 전망도 밝다. 베트남정부는 TPP 체결만으로 앞으로 10년간 335억달러의 경제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50년까지 세계에서 베트남이 나이지리아와 더불어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국가일 것으로 평가했다. 프랑크 스미겔스키 에이버리 데니슨 부대표는 중국에서 30년이 걸린 경제발전이 베트남에선 10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낙관했다.
증권업계도 베트남을 생산거점으로 삼는 기업에 관심을 기울인다. 대표적으로 한세실업, 영원무역, 태평양물산 등이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에 섬유봉제 인프라를 강화한 한세실업을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해외투자가 가능하다면 현재 베트남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로 미국에 상장된 마켓벡터베트남(VNM), 라벨 및 패키징 솔루션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에이버리 데니슨을 주목하길 권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