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부름을 받고 현대해상의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그로부터 3년. 이 사장은 현대해상의 골칫거리였던 자회사 현대하이카다이렉트와 낮은 지급여력(RBC)비율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그 결과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승인절차를 밟는다.

이 사장은 과거 현대해상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지난 1986년 현대해상에 입사해 영업기획업무담당 이사, 자동차보험본부장(상무), 재경본부장(전무),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07년 처음 지휘봉을 잡으면서 현대해상을 확고한 업계 2위로 올려놨다. 2007년부터 3년 동안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10년부터 3년간 자회사 5곳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다 2013년에 다시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과감한 결단으로 미래 초석 다져



그가 이번 연임에 성공한 결정적 요인은 확실한 수익원일 경우 전사적으로 집중하되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하게 손을 뗀 이철영식 경영방식이 빛을 발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3년간 이 사장은 현대해상 60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특히 지난해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흡수합병, 후순위채 발행 등은 단연 눈에 띄는 의사결정이었다.

하이카다이렉트는 2005년 현대해상이 100% 출자해 설립한 전업 온라인자동차보험사다. 그러나 현대하이카다이렉트는 지난해 6월 설립 10년 만에 손해보험 역사의 한획을 긋고 사라졌다. 자동차보험 정책변화로 온·오프라인 겸업이 허용되면서 전업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영업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현대해상의 자본지원 여력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10년간 공들인 신사업을 접은 것은 현대해상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 설립 검토 당시 이 사업에 자동차보험본부장으로 참여했던 이 사장 입장에선 뼈아픈 결단이었을 터.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

하이카다이렉트를 제 손으로 묻었지만 이를 통해 이 사장은 업무 효율성과 건전성을 개선, 자동차보험 영업경쟁력을 강화했다. 하이카다이렉트 흡수합병 이후 지난 1월 기준 현대해상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2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 
하이카다이렉트를 흡수합병한 뒤 떨어진 지급여력(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4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한 것도 힘든 결단이었다. 1995년 유상증자 이후 20년 만이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현대해상은 자본건전성을 업계 2위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선제적 비용절감과 자본확충을 선택해 앞으로 불황의 늪을 건널 채비를 갖춘 것.

장기보험 영업력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1월 기준 현대해상의 장기보험은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회사 창립 60주년을 맞아 “보험회사의 본업 경쟁력은 좋은 상품을 개발해 매출수익을 극대화하고 영업이익을 안정적인 자산운용으로 이어나가는 데 있다”며 “매출을 극대화하려면 영업체질 개선, 멀티채널 연계를 기반으로 하는 영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해상이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보험취약계층인 유병자·고령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모두에게간편한건강보험’은 지난 1월까지 약 9만8000건, 7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에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운전자보험을 비롯해 다양한 일반·장기보험을 연계 판매할 계획이다. 확고한 2위 입지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2007년 전성기 재현할까

이 사장에게 주어진 숙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33억900만원으로 전년(2333억3700만원) 대비 12.9% 감소했다. 이는 당초 현대해상이 제시했던 목표치(2500억)보다 18.7% 적은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2% 늘어난 12조1193억7200만원, 영업이익은 8.6% 줄어든 2944억6200만원이다.

당기순이익이 소폭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9.7%로 전년(88.1%)보다 1.6% 포인트 올라 손보사 상위 5개사 중 유일하게 손해율이 악화됐다. 이는 적정손해율(77~78%)은 물론 지난해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인 88.0%(잠정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의 실적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수치다. 손해율이 높을수록 적자부담도 커진다.

따라서 이 사장은 새로운 임기 내에 확실한 실적개선을 이뤄야 한다. 이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사 CEO의 과제로 꼽히는 주가가 취임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대해상은 올해 ▲수익성에 기반한 매출 확대 및 손해율 관리 강화 ▲투자수익률 제고를 통한 손익개선 ▲IFRS4(국제회계기준) 2단계 시행 및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환경변화에 대한 선제대응 등의 경영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올해 이 사장이 현대해상의 존재감을 어떻게 다시 드러낼지 주목된다.

 프로필
▲1950년생 ▲1976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76년 9월 현대건설 입사 ▲1994년 현대해상 영업기획업무담당 이사 ▲1998년 현대해상 업무본부담당임원 상무 ▲1999년 현대해상 자동차보험본부장 상무 ▲2003년 현대해상 자동차보험본부장 전무 ▲2005년 현대해상 재경본부장 전무 ▲2006년 현대해상 경영기획부문장 부사장 ▲2007년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사장 ▲2008년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 ▲2010년 현대해상 자회사 이사회 의장 ▲2013년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