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23일 친박(친 박근혜)계의 '비박(비 박근혜) 학살' 공천에 대해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며 탈당, 오는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경선에서 다수의 친박계가 탈락하는 등 '비박 학살' 공천에 비판적 여론이 감지돼,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로 새누리당에 역풍이 거세질지 주목된다. 이재오·주호영·류성걸 등 낙천된 비박 의원들도 이날 대거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밤 10시50분쯤 대구 지역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든 우리 집을 잠시 떠날까 한다.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계가 주도한 이번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천에 대해 지금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상식이 아니다"며 "정의가 짓밟힌 것에 분노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 위원장 등이 그의 공천 보류 이유로 들었던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으로 불거진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은 없었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며 "정체성 시비는 결국 저와 개혁의 뜻을 같이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다"며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 정치의 소명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헌법 1조2항'을 언급,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 보수개혁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바란다"고 회견을 마쳤다.


다음은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 선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구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습니다. 제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습니다. 그 어떤 원망도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였습니다.

공천에 대하여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닙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일 뿐입니다.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합니다.

2000년 2월 입당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당은 저의 집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저는 어느 위치에 있든 당을 위해 제 온 몸을 던졌습니다.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2011년 전당대회의 출마선언문, 지난해 4월의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비박이라는 '편 가르기'만 있었을 뿐입니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권력'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2항입니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입니다.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도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뿐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습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가겠습니다.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오신 분들입니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시 동구 화랑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시 동구 화랑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