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JTBC 관계자 3명과 여론조사기관 임원 1명이 결국 기소됐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60)은 "(출구조사 도용을 지시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24일 주식회사 JTBC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JTBC 선거 태스크포스(TF) 팀장이었던 김모 피디(40)와 팀원이었던 이모 기자(37) 역시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여론조사기관 임원 김모씨(47)도 지상파 3사와의 기밀유지 약정을 어기고 출구조사 자료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하지만 출구조사 무단사용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함께 고소당한 손 사장은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JTBC 공동대표 김모씨(61), 보도총괄 오모씨(53), 취재담당 부국장 김모씨(52) 등도 같은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 측은 "(기자들이 검찰조사에서) '현장 실무자들이 신속하게 방송을 하려는 욕심에서 손 사장의 지시를 어겨서 발생한 일'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방송3사에서 자료가 모두 공개된 뒤 보도하라고 사전에 이야기를 했는데 기자들이 지침을 어겨서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다.

당시 JTBC는 지상파 3사로부터 출구조사 자료를 입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화면을 내보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손 사장 등은 기자에게 이 시스템에 자료를 입력한 후 확인되면 직접 큐사인을 하라고 위임했을 뿐이라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다만, 해당 기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내부 징계는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출구조사 자료를 사전에 입수해 기자들이 이용하는 SNS 그룹 채팅방에 올린 일간지 기자 김모씨(38), 또 다른 김모씨(31)는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또 여론조사기관 임원 김씨로부터 출구조사 자료를 얻었던 모 그룹 간부 김모씨(44)는 "자료를 얻은 뒤 내부 보고용으로만 사용했다는 정상을 참착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14년 8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자신들이 20억원 넘게 들여 조사한 예측결과를 JTBC 측이 인용보도하지 않고 사전에 몰래 입수해 사용했다며 손 사장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손 사장 등 JTBC 측은 지난해 6월4일 오후 5시32분쯤 모 언론사 기자 김모씨(31)를 통해 예측조사결과 자료를 받아 이를 5시43분 17초쯤 선거방송 시스템에 입력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JTBC는 당일 오후 6시0분46초쯤 MBC가 서울 예측조사결과(1·2위, 득표율)를 발표하자 3초 후인 오후 6시0분49초쯤 동일한 내용을 발표하는 등 방송3사와 근소한 차이를 두고 방송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7월 손 사장 등 JTBC 관계자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JTBC는 지상파 3사가 낸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지상파 3사는 "많은 비용과 노하우가 투입된 중대한 영업비밀 자산인 출구조사결과를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JTBC가 먼저 방송한 것은 도용에 해당한다"며 JTBC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각 방송사에 4억원씩 총 12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자료사진=뉴스1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자료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