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차이나머니의 국내 콘텐츠시장 공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제작사, 기획사, 게임사, 웹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쓸어담고 있으며 스타 PD와 작가 같은 콘텐츠 제작 인력도 빼가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차이나머니가 국내 상장기업 지분을 대량 사들인 사례는 1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1분기에만 ▲유명 매니지먼트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 지분 12.62%가 중국 화이자신에 ▲게임사 ‘웹젠’ 지분 19.2%는 중국 펀게임에 ▲음원사이트 ‘소리바다’ 지분 10.25%는 중국 국영투자기관 상하이 ISPC의 홍콩 소재 자회사 ISPC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 4%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넘어갔다.

최근에는 중국 화이브라더스가 배우 김윤석·유해진·주원·김정은·강지환·임지연·이동휘·이시영 등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 심엔터테인먼트 지분 26.5%를 235억5000만원에 사들이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NEW)도 중국 화처미디어가 지분 13.0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 2014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뉴는 화처미디어로부터 535억원의 투자를 받아 기사회생, ‘태양의 후예’를 제작할 수 있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에는 홍콩 DMG그룹이 ‘올인’, ‘불새’, ‘거침없는 하이킥’ 등을 제작한 유명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지분 26%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어 김종학프로덕션, A9미디어, SH엔터테인먼트그룹도 차례로 인수했다.
유재석, 걸그룹 AOA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도 중국 쑤닝유니버셜미디어(22%)로 바뀌었고 중국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 소후닷컴은 배용준, 김수현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 지분 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 밖에도 국내 모바일 플랫폼의 강자 카카오의 2대 주주도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 텐센트(9.33%)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스타 PD와 작가 등 제작 인력의 중국행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MBC의 간판PD였던 김영희 전 MBC 예능PD가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지상파 방송 PD들의 중국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차이나머니의 무차별 콘텐츠시장 공습에 국내 콘텐츠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술과 인력을 대거 빼간 뒤 투자금을 회수하면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뿌리 채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국내 콘텐츠시장 진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콘텐츠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중국의 거대한 자본이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콘텐츠가 국내를 기반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형태가 아닌 중국을 기반으로 국내에 역수입되는 문화 역전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