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녹색연합이 홈페이지를 통해 한반도 침엽수 생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반도의 침엽수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죽어가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리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 설악산국립공원의 분비나무, 울진삼척산림보호구역의 소나무 등이 집단고사하고 있는 것을 현지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015년 4월 초부터 올해 3월말까지 1년 동안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등 국내 산림생태계 핵심지역을 조사해 뚜렷한 침엽수 쇠퇴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한라산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보고된 적이 있지만 한반도 육지에서 침엽수들이 집단 고사한 사례는 처음이다.


녹색연합은 원인을 기후변화로 추정하고 있다. 침엽수는 상록수로 사계절 수분과 영양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겨울철 적설량, 강우량이 줄면서 대기가 건조해졌다. 침엽수의 수분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의 경우 노고단, 임걸령, 반야봉, 토끼봉, 연하봉, 천왕봉, 중봉 등에서 본격적인 고사가 확인됐다. 고사한 구상나무는 키가 7∼20m 내외다.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전 세계에서 한반도의 지리산, 덕유산, 한라산에만 서식해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다. 덕유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도 고사가 시작돼 구상나무 10개체 중 1개체 가량은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주봉인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에서는 분비나무가 집단고사하고 있다. 설악산은 남한에서 분비나무가 가장 잘 발달한 집단서식지다. 그러나 대청봉부터 서북주능까지 집단고사가 이어져 서식지 자체가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선 금강소나무가 고사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북면 두천리,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원덕읍 사곡리 등의 지역에 서식하는 금강소나무 숲에서 주로 5∼20개체 가량의 금강소나무가 고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침엽수의 쇠퇴는 국제적인 현상이다. 세계자연유산을 심사 평가하는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의 경우 레드리스트(멸종위기)위원회, 생물다양성위원회와 함께 침엽수위원회를 두고 있을 정도다.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를 통해 침엽수 고사를 확인함으로써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도 기후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정부가 침엽수 고사의 정밀한 실태조사에 나서야하며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라산 구상나무. /자료사진=뉴스1
한라산 구상나무. /자료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