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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업대출금 잔액은 21조3641억원에 달했다. 이중 대기업은 1조1120억원이며 중소기업은 20조2521억원이다. 대기업 대출규모는 2013년 7598억원 수준이었지만 2년 새 3500억원가량 늘었다. 올해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1조155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시중은행과의 금리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중은행보다 한도가 많고 금리경쟁도 가능해 대기업 수요를 늘릴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보다 대기업들이 저축은행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금리차이가 연 1~2%포인트 수준"이라며 "대출한도를 높이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시중은행들이 대기업 대출규모를 줄이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최근 신용등급이 떨어진 대기업을 대상으로 단기대출금(차입) 회수에 나섰다. 단기차입금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은행들이 연장해준다. 그러나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자금흐름이 나빠지면 금융회사들이 가장 먼저 회수하는 부채로 꼽힌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연결재무제표상 은행권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2570억원으로 전년(1조2412억원)에 비해 1조원가량 줄었다. 전체의 79.3%가 감소한 규모다. 이는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재무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대한항공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한 바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칼의 단기차입 규모도 2014년 말 1026억원에서 지난해 말 6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두산건설 역시 단기차입금이 크게 감소했다. 두산건설이 5개 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3085억원으로 1년 새 약 800억원(20.6%) 줄었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올해 투자부적격인 'BB+'로 떨어졌다. 이처럼 시중은행에서 거절당한 은행들은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형국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과 조선시장이 악화되면서 건설과 해운분야 대기업들이 시중은행 대신 저축은행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시중은행의 주고객이던 대기업까지 영업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