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재계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벌써부터 법인세 인상, 고용 강제 등 강력한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들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재계가 간절히 바랐던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법),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입법은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재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한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000만명 서명운동에 동참하며 관련 법안 통과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경제단체와 보수단체 회원들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100만명을 돌파했던 서명운동은 4·13총선 직전까지 180만명 선까지 늘어난 뒤 정체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계에선 대다수 선거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가까운 시일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122석 획득에 그치며 재계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총선 직후 전경련이 내놓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통해 민생 안정과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아 줄 것을 기대한다”는 짧은 논평에는 재계의 우려를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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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1야당으로 등극한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더불어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위해 ▲매출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기업 법인세 인상(22%→25%) ▲대기업 청년 고용 할당제 도입 ▲기존 순환출자 해소 추진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 등을 약속했다.
20대 국회의 캐스팅보트를 쥔 제3야당 국민의당은 ‘공정경제론’을 내세우며 ‘납품단가 연동제’,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도’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공약들을 쏟아냈다.

이와 함께 양당은 올해 6030원인 최저임금을 20대 국회 내에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임기 시작과 함께 사실상 용도폐기 된 경제민주화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오는 5월30일 전까지 여당이 발의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은행법 개정안, 중간금융 지주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하지만 총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내분에 휩싸인 여당의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국회에 계류 중이 이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야겠지만 야당의 공약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을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길 희망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