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관성’은 물체가 가진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움직이는 물체는 현재의 속도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만약 관성이 없다면 동쪽을 향해 시속 100㎞로 움직이던 물체가 0.0001초도 안되는 순간 갑자기 멈출 수 있다. 혹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방향을 바꿔 서쪽으로 시속 100㎞의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당연히 관성을 가진 골프공은 이렇게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주가변동은 관성이 없다. 보통 주가의 오르내림을 퍼센트로 표시하는데 매일 오르내린 정도를 2.1%, -1.3%, 0.5%, 1.1%의 형태로 적으면 마치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마구잡이 숫자처럼 나란히 늘어선다. 앞서 골프공의 속도에서 나타난 관계와 다른 결과다.
그런데 이 주가 변동값들의 부호를 무시하고 2.1%, 1.3%, 0.5%, 1.1%처럼 모두 양의 값을 가진 숫자로 적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올랐는지 내렸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고 단지 오르내린 주가 변동폭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시간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한 연구가 있다. 어제 주가가 올랐든 내렸든 변동폭이 컸다면 오늘과 내일도 변동폭이 클 것으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예측을 이용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어제 많이 올랐으니 오늘도 많이 오를 거야”, 혹은 “어제 많이 올랐으니 오늘은 많이 떨어질 거야”의 둘 중 하나를 높은 확률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둘 중 앞이 맞다면 오늘 아침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빨리 주식을 사고 폐장 직전에 주식을 팔면 된다. 만약 둘 중 뒤의 이야기가 맞다면 개장할 때 주식을 팔고 폐장 직전에 주식을 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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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동폭의 상관관계가 시간에 따라 천천히 떨어진다는 것은 기껏해야 “어제 많이 올랐으니 오늘은 많이 오르거나 많이 떨어질 거야”라는 이야기밖에 하지 못한다. 오늘 아침 개장할 때 주식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주식은 참 이상한 골프공이다. 얼마나 빠를지 그 속력은 어느 정도 다음을 예측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방향은 매번 변해 어디로 튈지 전혀 모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