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낭만과 자유로움의 상징으로 꼽힌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세느강이나 샹제리제 거리를 걷다가 노천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 해질 무렵부터는 에펠탑 아래에서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오후 6시부터 매시 정각이면 에펠탑에 화려한 조명이 켜진다. 9시부터는 레이저쇼도 펼쳐진다. 파리의 숨은 매력은 이제부터다.

#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출퇴근길이면 늘 막힌다. 특히 퇴근길엔 반포대교 부근 정체가 심해진다. 오후 8시부터 가동되는 무지개분수 탓이다. 음악에 맞춰 무지개빛 조명을 받으며 물이 쏟아진다. 다리 아래를 지나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 순간이다.

최근 서울시는 ‘야경’에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시가 추진해온 한강르네상스 정책에 ‘랜드마크’ 개념을 더한 것으로 지난해 말 서울의 10대 명소를 선정해 발표한 데 이어 지난 3월 말부터는 한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야경 명소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해가 진 뒤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산업’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야경은 말 그대로 ‘밤의 경치’다. 해가 지면 조명을 밝혀 도로와 건물을 비추기 때문에 야경은 그 나라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야경이 아름다운 곳은 대체로 에너지 수급이 원활한, 잘 사는 나라인 경우가 많다.


(위부터)북악산, 마포대교 무지개분수. /사진제공=서울시
(위부터)북악산, 마포대교 무지개분수. /사진제공=서울시

◆랜드마크로 서울 ‘밤’ 밝힌다
직장인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야근문화’ 탓에 서울야경이 아름답다는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는다. 비틀어 생각하면 딱히 ‘밤의 랜드마크’로 꼽을 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관광객이 밤에 돌아다닐 장소를 발굴하면 관광의 틈새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김태기 서울시 도시빛정책과장은 “서울의 야경명소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박원순 시장의 건의가 있었다”며 “관광산업의 육성 없이는 2000만 관광수요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고 ‘밤문화’에 집중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2000만명에 달하는 관광수요를 만들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야경을 꼽았다. 낮 동안 볼거리는 꽤 알려진 반면 밤의 볼거리가 적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내놓은 대응책이다.


서울시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상징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10대 야경명소를 선정, 발표했다. 해당 명소를 찍을 수 있거나 명소에서의 조망점을 뜻하는 포토존도 만들어 내외국인 모두가 이용하도록 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아름다운 야경명소 조망 지점 10곳’은 ▲광화문광장 ▲낙산공원 ▲남산 ▲하늘공원 ▲63빌딩(전망대) ▲북악산 ▲반포대교 ▲매봉산 ▲선유도공원 ▲석촌호수 등이다. 선정된 곳은 2년간 모니터링해 잘된 점은 확대하고 미흡한 점은 보완할 방침이다. 아울러 앞으로도 다양한 명소를 선정해 서울 야경가치를 꾸준히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는 야경 체험노선을 안내하며 많은 사람이 밤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체험노선은 야간경관의 질과 주변 먹거리, 즐길거리, 이동동선의 시간과 편의성, 지속성과 쇼핑 편의성 등을 감안해 선정했다.

그러나 외국인을 위한 안내가 마련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10대 명소 일부가 수정될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 홍보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앞으로 관광공사와 논의하고 언론을 통해서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부터)낙산공원, 하늘공원. /사진제공=서울시
(위부터)낙산공원, 하늘공원. /사진제공=서울시

◆‘18색 매력’의 서울야경 관광명소, 한강
서울시 야경 관광명소사업의 핵심은 한강이다. 시는 그동안 단순히 구조물에 빛을 비추는 방식에서 탈피해 스토리텔링 교량 5곳(1곳은 미운영), 경관이 좋은 교량 13곳을 선정해 운영 중이다. 또 점등시간을 획일화하지 않고 관광객 방문패턴이나 축제 개최시기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29곳의 한강다리 중 27곳에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이 중 2010년 이후에도 불을 밝혀온 건 12곳이다. 여기에 새롭게 불을 켜는 한강철교, 행주대교, 동작대교, 한남대교, 영동대교, 잠실대교가 더해져 총 18곳이 한강의 밤을 밝히게 된다.

스토리텔링 교량은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한강철교, 반포대교, 성수대교, 방화대교, 올림픽대교이며 이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울리는 조명예술을 입혔다. 이를 통해 시는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태기 과장은 “한강다리의 경관조명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앞으로 LED조명을 늘려 에너지를 절감하면서도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도시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추천 10대 야경코스

1 광화문광장-서울광장-숭례문-서울역 광장(국가상징거리)
2 서울역사박물관-청계광장-청계천(수표교)
3 대학로-낙산공원(한양도성)
4 명동거리-명동성당
5 윤동주 시인의 언덕(인왕산 자락 전망대) 창의문-자하미술관
6 인사동-삼청동-북촌8경
7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패션타운
8 덕수궁 돌담길-정동길
9 서촌-수성동 계곡
10 여의도, 한강 유람선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