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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용선료. 현대상선 사옥. /자료사진=뉴스1 |
오늘(23일) 현대상선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단은 지난 18일 단체협상 이후 개별 선주를 상대로 한 개별 협상을 진행하며 용선료 협상에 대한 최종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단체협상에서 용선료 인하분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를 경영 정상화 이후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용선료란 해운사가 배의 전부나 일부를 빌리고 이에 대한 이용대금으로 배 주인(선주)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선박을 이용해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고 운임을 받는 사업인 해운업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국제경기가 호황일 경우 국가간의 물자이동이 많아지면서 혜택을 입지만 그 반대일 경우는 큰 타격을 받는다.
올해 들어 국내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위기에 몰려있는데 그 요인중 하나가 비싼 용선료 계약이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해운업 호황일 때 단기 성과에 치중해 높은 용선료를 주고 지나치게 많은 배를 빌려 영업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지적한다. 용선 시점과 규모뿐만 아니라 계약조건도 문제였다. 상당수 용선 계약을 10년 장기로 맺는 바람에 나중에 운임이 떨어졌을 때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에 두 회사는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를 20~30% 낮추는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분을 현금과 현금 이외의 방식으로 상환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용선료 '인하' 보다는 용선료 '구조 재조정' 협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해외 선주들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주들이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것은 당장의 용선료 유입이 줄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대상선의 매출 의존도가 28%에 달하는 그리스 선사 나비오스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강등한 바 있다.
또한 현대상선에 뒤이어 한진해운도 잇따라 비슷한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해외 선주들의 의사결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양사와 동시에 용선 계약을 맺고 있는 선사는 그리스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영국 조디악 등이다.
이에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과의 용선료 협상을 앞둔 이들 선사들에게 현대상선과의 협상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양보하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달 말까지 협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현대상선 같은 해외 정기선을 운영하는 컨테이너 선사에게 법정관리는 곧 파산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