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전국 병·의원 의사 등에게 56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P사 대표 A씨(70)와 A씨로부터 3억6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내과 개원의 B씨(58)가 구속 기소됐다. 또한 300만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274명의 의사와 3명의 제약사 영업사원도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3일에는 전주 J병원 이사장 C(60)씨가 지인의 명의로 2곳의 의약품 도매업체를 직접 운영하며 제약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들여와 자신의 병원에 제값에 넘기는 방식 등으로 1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C씨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29개 제약사 중에는 상위제약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도 사건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정부 차원에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 규제 완화 행보를 시작한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잇달아 터지며 곤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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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 제약사들 다수가 실제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업계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의약품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리베이트 근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500개가 넘는 제약사(도매상 포함)들이 제네릭(복제약) 위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데 전문의약품 선택권은 의사에게만 있다”며 “결정권자인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요구할 경우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제약값을 높게 책정한 정부 정책도 리베이트 관행 유지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부터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하며 복제약 가격을 오리지널약의 최대 53%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일본(33%)이나 미국(1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중소제약사들 입장에선 막대한 개발 비용이 필요한 데다 위험 부담도 큰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 저렴한 복제약을 만들어 리베이트를 써가며 경영을 하는 게 수익적인 측면에서 낫다는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소제약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제약사나 도매상들은 살아남기 위해 리베이트를 쓰는 경우도 많다”며 “고만고만한 제품을 갖고 다수의 경쟁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리베이트 유혹을 끊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