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신화'를 써온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 그들이 지금과 같은 전설적 성장을 거둔 배경에는 이른바 ‘패스트팔로어’ 전략이 있었다. 기술력이 전무하던 시절, 이들은 외국기업으로부터 제조 노하우를 배웠고 앞서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성장세를 키워나갔다.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두고 일각에서는 ‘카피캣’이라며 비아냥댔지만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시장의 맹주로 올라선 한국기업의 ‘성공방정식’이었음이 분명하다. 양질의 노동력과 국가의 지원을 받는 자본 집중,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퍼스트무버와 경쟁했고 결국은 그들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최근 패스트팔로어 전략이 한계에 달했다는 담론이 산업계에 팽배하다. 선제적 변화와 혁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 경쟁력 상실한 패스트팔로어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기감은 국가기반산업인 제조업이 침체 일변도를 걷는다는 데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과거 불황기와 현재의 제조업 경기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현재 제조업 경기침체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세번째 불황 시기이며 앞선 두 시기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패스트팔로어로 성장한 주력 제조업들이 한계상황을 맞이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신산업·고부가가치산업 분야로 신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조업의 한계’는 사실 최근 인식된 문제는 아니다. 수년 전부터 그 전조를 보였다. 먼저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로 일컬어지는 장기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며 글로벌 제조업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그 배경이다.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두고 일각에서는 ‘카피캣’이라며 비아냥댔지만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시장의 맹주로 올라선 한국기업의 ‘성공방정식’이었음이 분명하다. 양질의 노동력과 국가의 지원을 받는 자본 집중,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퍼스트무버와 경쟁했고 결국은 그들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최근 패스트팔로어 전략이 한계에 달했다는 담론이 산업계에 팽배하다. 선제적 변화와 혁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 경쟁력 상실한 패스트팔로어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기감은 국가기반산업인 제조업이 침체 일변도를 걷는다는 데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과거 불황기와 현재의 제조업 경기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현재 제조업 경기침체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세번째 불황 시기이며 앞선 두 시기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패스트팔로어로 성장한 주력 제조업들이 한계상황을 맞이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신산업·고부가가치산업 분야로 신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조업의 한계’는 사실 최근 인식된 문제는 아니다. 수년 전부터 그 전조를 보였다. 먼저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로 일컬어지는 장기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며 글로벌 제조업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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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하급제품의 물량공세’ 정도로 여겨지던 중국기업은 내수시장의 규모에 힘입어 빠르게 기술을 쌓아 어느새 우리나라와 비등한 수준, 심지어 일부 분야에서는 앞서 나가는 기술력을 보인다. 여기에 몇 년간 정부의 엔저 정책을 등에 업고 살아난 일본기업들도 우리의 수출시장을 앗아가고 있다. 국가 내부적으로도 늘어나는 임금과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역시 제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다른 제조업 기반 국가들과 품질·가격으로 경쟁해서 이겨내는 기존 패스트팔로어 방식의 제조업이 더 이상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방향이 아닌 셈이다.
장기적 저성장 시대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선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정된 수요를 둔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차원적 경쟁에 언제까지 목을 매고 있을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 쉽지 않은 퍼스트무버의 길
우리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변화는 이른바 ‘퍼스트무버’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퍼스트무버는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인 선도자를 일컫는 말로, 좀 더 명확히는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퍼스트무버가 되면 선점효과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손쉽게 획득해 실제적이고 명확한 이득을 얻는다. 이후 패스트팔로어가 따라 붙는다고 하더라도 브랜드 로열티와 선점한 인프라를 통해 어마어마한 장점을 가지고 시장을 이끌 수 있다. 스마트폰 세계를 열어낸 애플이 현재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왜 퍼스트무버가 되지 못하고 있을까. 진작 위기를 느낀 우리나라 기업들은 저마다 ‘퍼스트무버’로의 변화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정작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팔로어’로 성장한 기업들이 ‘퍼스트무버’로 나아간다는 것은 기업의 DNA 자체가 변해야 하는 큰 과제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계열사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몸집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사업에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확장한 우리나라의 기업체제는 퍼스트무버로의 도약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 수직계열화 체제도 전형적인 ‘패스트팔로어’의 형태다. 이들은 부품사 수직계열화를 통해 다른 기업보다 훨씬 빠른 의사결정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며 시장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퍼스트무버로 나아가기 위해선 각 계열사가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룹사에 갇힌 기업이 아닌 개방적인 협업을 통해 혁신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인기를 끈 책 <축적의 시간>에서의 분석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 책은 “개념설계(conceptual design) 역량의 부재가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이는 모방추격형 산업발전 모델의 그림자”라고 분석한다.
숙성된 경험을 축적하기보다 빠른 벤치마킹을 우선시한 한국의 발전모델은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등 양적인 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창조적 사고의 핵심인 ‘개념설계를 위한 경험지식의 축적’ 과정을 생략한 부작용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산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 시스템이 축적지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