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재도전 성공… '후디스 향배'가 숙제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이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경영권 방어와 기업 투명성 확보를 위해 추진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재도전 끝에 성공한 것. 지주사 설립 및 기업분할 계획이 주주총회를 통과해 기존 이정치 회장, 정연진 부회장, 윤웅섭 사장 공동대표 체제가 조만간 ‘지주사-이정치, 사업사-윤웅섭’ 체제로 바뀔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윤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지주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인 지배력을 가진 오너 3세 경영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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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 끝 지주사 전환 성공

지난달 24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동홀딩스를 지주사로 삼아 4개 사업부문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동제약의 기업분할계획서가 원안대로 통과했다.
임시주총에 앞서 일동제약이 공시한 계획서에 따르면 오는 8월1일부터 일동제약은 지주사 일동홀딩스(투자사업)와 의약품사업을 담당하는 새로운 일동제약으로 인적 분할된다. 아울러 신 일동제약의 물적 분할을 통해 일동바이오사이언스(바이오 및 건강기능식품사업), 일동히알테크(히알루론산 및 필러사업)가 신설된다. 


일동홀딩스 대표는 전문경영인 이정치 회장이, 신 일동제약 대표는 윤웅섭 사장이 맡는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 창업주 고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으로 일동제약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일동홀딩스가 지분 100%를 소유할 일동바이오사이언스와 일동히알테크 대표는 각각 이장휘 일동제약 IR법무팀장(이사), 이은국 전 일동제약 경영지원부문장(전무)이 맡기로 했다. 

앞서 일동제약은 윤 사장이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던 시절인 2014년 1월 임시주총을 열고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가 2대 주주였던 녹십자(당시 지분 29.36% 보유)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총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7월 녹십자가 북미, 중국 등 글로벌사업 가속화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89%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일동제약 주식 전량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녹십자가 보유한 지분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H&Q Korea의 3호 PEF가 출자한 썬라이즈홀딩스(지분 20%)와 다른 운용사인 인베스트썬(지분 9.36%)이 인수했다.  


썬라이즈홀딩스는 일동제약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진과 의결권을 함께하기로 해 사실상 특수관계인이 됐다. 지난달 10일에는 일동제약이 정정공시를 통해 썬라이즈홀딩스를 특수관계자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번 지주사 전환 재도전 성공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셈이다. 

윤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지난해 2월 윤 회장이 개인회사인 씨앰제이씨 지분 90%를 아들에게 넘기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씨엠제이씨는 일동제약 지분 8.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 사장 본인의 일동제약 지분은 1.67%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회사나 다름없는 씨엠제이씨 보유 지분까지 포함하면 10.01%로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윤 사장이 공개매수 등의 방식으로 지주사 신주를 대거 취득해 단독으로도 일동홀딩스 지분을 20% 이상 보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지주사 지분율이 50%를 넘어 안정적인 그룹 지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동제약 측은 이번 지주사 전환 목적에 대해 각 사업부문이 독립회사로 전환돼 기업의 투명성·전문성 강화 및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오너 2세에서 3세로의 경영권 승계 및 방어가 목적이라는 얘기가 회자된다.

일동제약 분할 이후 윤 사장이 핵심계열사의 단독 대표를 맡은 것도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윤 사장의 경영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났다. 그는 2014년부터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이듬해 매출액(4763억원)과 영업이익(273억원)을 14%와 64% 성장시켰다. 


/사진제공=일동제약
/사진제공=일동제약

◆일동후디스 향방, 3세 경영 첫 과제

윤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큰 고비를 넘겼지만 남겨진 과제도 있다. 이금기 회장이 다수 지분을 갖고 있는 알짜 계열사 일동후디스를 품는 일이다. 유아식업계 빅3인 일동후디스는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 회장이 199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이 회장과 그 일가의 일동후디스 지분은 42.8%로 일동제약(29.91%)보다 훨씬 많다. 공정거래법상 일동제약은 2년 내 일동후디스의 향방을 결정해야 한다. 일동후디스를 상장할 경우 지분 20% 이상만 보유하면 자회사로 둘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비상장사로 있을 경우에는 지분을 최소 40%까지 확보해야 한다.

지분구조상 일동후디스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이 회장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을 결정 짓는 중요한 자리에 이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일동제약 지분 5.47%를 보유한 주요 주주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 회장이 자신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분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사장도 임시주총 직후 일동후디스의 향방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이 회장과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경영권 승계의 큰 고비를 넘긴 윤 사장이 일동후디스 자회사 편입 문제와 지주사 전환으로 다각화된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프로필
▲1967년생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조지아주립대학원 회계학과 ▲2005년 KPMG 인터내셔널 회계사, 일동제약 상무 ▲2011년 일동제약 전무, 부사장 ▲2013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201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