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업계가 술렁였다. PC게임 1등 자리가 5년 만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2년 7월 이후 무려 204주간 PC게임 연속 1위를 유지해온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의 아성이 깨진 것이다. 왕좌를 빼앗은 것은 시장에 나온 지 불과 한달여에 불과한 ‘오버워치’(overwatch)다.

오버워치는 지난 5월24일 정식 출시된 이후 3일 만에 점유율 15%로 2위에 등극했다. 출시 한달 후인 지난달 21일에는 PC게임 일간 첫 1위를 달성했고 지난달 26일엔 주간 1위에 올랐다.


구글코리아는 올해 1월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한국 모바일과 PC의 구글사이트에서 검색량이 10배 이상 급증한 검색어를 집계한 결과 오버워치가 종합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종합 인기 검색어 1위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 3위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영화 <아가씨>, 4위가 배우 송중기인 점을 감안하면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최근 게임업계를 휩쓸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진제공=블리자드
/사진제공=블리자드

◆오버워치, 한국 PC방 사로잡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첫번째 FPS(First Person Shooting)게임이다. FPS게임은 1인칭 총싸움 게임을 뜻한다. 게임 플레이어가 1명의 영웅을 선택해 6대6으로 팀을 이뤄 게임 속 지형을 돌아다니며 싸워서 다른 팀을 제압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어의 시점에서 화면 속 싸움이 펼쳐지기 때문에 사실감이 뛰어나다.
플레이어가 직접 총을 쏘는 듯한 FPS게임의 특성상 여성보다는 남성, 게임 입문자보다는 게임마니아층이나 프로게이머들이 주로 즐겼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FPS는 게임마니아층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로 떠올랐다.
FPS장르인 오버워치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자 인기요인을 분석하는 기사가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이를 종합하면 개성 넘치는 캐릭터, 역할 구분에 따른 팀플레이의 묘미, 신속한 게임 전개 등이 오버워치의 매력이다.

또 오버워치가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등 전설적 게임을 제작한 세계최대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작품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사용자의 냉철한 평가가 이뤄지는 게임업계인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인기요인은 게임 자체의 재미라고 볼 수 있다.

오버워치는 21개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사용해야 6대6의 팀플레이에서 이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단순한 1인칭 슈팅게임의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게임의 구성수준이 높아졌음에도 10분이면 끝나는 빠른 전개, 마우스와 몇개의 키보드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한 점,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도 인기요인이다.


PC방업계는 오버워치를 어떻게 볼까. 10~20대 젊은 층은 물론 30~40대 직장인까지 오버워치의 매력에 빠져 다시 PC방을 찾는다고 한다. 각종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퇴근 후 혹은 주말에 PC방에서 오버워치를 같이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해외언론도 오버워치가 빠른 속도로 국내 게이머의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을 빅뉴스로 다뤘다. 과거 LoL이 한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히트작으로 군림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오버워치가 PC방 점유율 주간 1위로 등극했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미국에서 ‘오버워치가 한국 PC방을 사로잡았다’, ‘오버워치가 LoL을 물리쳤다’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진 것만 봐도 한국 게임시장을 얼마나 주목하는지 알 수 있다.

◆투자포인트, 아프리카TV ‘주목’

LoL을 물리친 게임 히트작 오버워치의 탄생에서 투자아이디어를 찾아보자. 과거엔 오버워치와 같은 메가히트작품이 나올 때마다 PC 업그레이드 수요가 늘어나 관련 주식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젠 대한민국에서 PC 관련 주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데스크톱, 노트북의 사양이 상향 평준화돼 게임을 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라면 웬만한 게임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PC방 사업주 입장에서는 유저들이 새롭게 확대되는 시점에서 고사양 PC로 업그레이드하는 수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유통업체의 사업전망을 좋게 할 뿐이다.

오버워치가 뜨면서 새롭게 수요가 창출되는 곳은 아프리카TV다. 아프리카TV에서 오버워치를 검색하면 통합검색이 8500건에 육박하고 관련 생방송도 300건이 넘는다. 오버워치는 출시된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이미 LoL의 생방송 건수를 압도했으며 통합검색수도 절반에 달한다.

아프리카TV는 멀티채널 네트워크(MCN)와 개인방송시스템이 어우러지면서 독보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선정·폭력적인 일부 BJ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월 평균 방문자가 700만명을 웃도는 아프리카TV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이젠 아프리카TV가 게임·먹방·스포츠 등의 분야에 이어 홈쇼핑방송까지 접수할 기세인 점도 흥미롭다.

오버워치의 성공으로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제작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다. 블리자드의 게임마니아들도 이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란 사실을 모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블리자드의 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버워치 관련주를 국내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작한 액티비전이 합쳐진 회사다. 캔디 크러시 사가로 유명한 킹디지털까지 합병하면서 게임분야 역량이 더 강화됐다.

국내 오버워치의 성공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게임이 700만장 이상 팔리면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가 고공행진 중임에도 여전히 매수의견이 압도적이다. 참고로 7월 초 현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시가총액은 280억달러(약 32조4000억원)다. 12개월 예상실적 기준 PER이 18.4배 수준으로 업계 평균인 22배보다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