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증시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파운드화가 폭락했고 유럽증시가 침체를 보였다. 이에 미국은 단기적으로 금리인상을 지연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글로벌 이슈로 증시가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지만 투자자는 자산을 지켜야 하는 숙명이 있다. 마음 편히 내 자산을 쉬게 할 수 있는 투자처는 어디일까.
◆호재-악재, 트위스트 장세
주요 증권사의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는 1800~2300선에 분포됐다. 밴드 폭이 500포인트로 넓은 것은 그만큼 주가 변동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증시에 가장 큰 변동성을 가져올 이슈는 브렉시트다. 지난달 24일 영국 국민 52%의 찬성으로 브렉시트가 결정됐다. 이에 국내 코스피는 하루 동안 100포인트가 넘는 변동성을 보이다 3%대의 하락세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7%까지 떨어졌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는 40% 넘게 폭등했다.
이후 글로벌증시가 충격을 털고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은 안도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유럽증시는 브렉시트 우려감이 다시 커지며 하락 전환했다.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서며 변동성을 키운 모양새다.
김정환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경제성장 우려가 결국 V자형 반등을 마감하고 다시 조정으로 진입하는 빌미가 됐다”며 “브렉시트의 충격에서 벗어나 2분기 개별기업 실적에 집중하려던 국내증시가 다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되고 단기적 상승이 제한적인 가운데 조정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브렉시트 불안감을 잡기 위한 글로벌정책 공조가 나타나는 점은 증시에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6~7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늦은 하반기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가자 대다수는 브렉시트가 미국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격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방기금 금리선물(FF)에 반영된 9월 금리인상 확률은 2.0%로 전과 동일하지만 12월 인상 확률은 7.9%에서 11.8%로 소폭 상승했다”며 “6월 의사록이 브렉시트 이전 논의 내용이기 때문에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에나 금리인상을 고려할 것이고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관점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긴축지연과 더불어 각국에서도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는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시장 유동성 확보를 위해 통화완화 정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은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에 대응해 정부 차원의 부양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도 경기 하방리스크를 막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올 하반기에 편성할 계획이다.
◆등락에 따라 ‘포지셔닝’
이처럼 브렉시트 후폭풍 불안감과 글로벌정책 공조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증시는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가 하반기에 수년 동안 이어왔던 ‘박스권’을 뚫고 오르기에는 힘이 부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황에 걸맞은 포트폴리오와 매매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국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얕은 가격 조정이나 완만한 박스권 흐름 속에서는 성장주와 개별 종목별 대응이 필요하다”며 “반면 큰 폭의 가격조정이 수반되는 국면에서는 방어주 및 대형 가치주, 자산주를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을 겨냥하거나 실적 호전주를 고려해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별로 대형주는 외국인 선호종목으로, 중소형주는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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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소형주가 박스권 장세에서 관심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스몰캡지수는 지난 8일 장중 2623.7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브렉시트 이후 스몰캡지수가 10거래일 중 9번의 강세를 나타내며 이뤄낸 결과다. 통상 소형주는 상대적으로 가벼워 이슈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이 침체됐을 경우 빛을 발하는 종목이 왕왕 나온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박스권을 탈피하기 전까지는 순환매와 테마주로 대표되는 개별 종목장세의 연장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이 종목으로의 길목 지키기식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특별한 투자 종목이 보이지 않을 때는 주도주에 편승하는 것도 시장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통주보다 할인율이 높은 우선주나 배당수익률이 4%를 넘는 우선주를 눈여겨보라”고 덧붙였다.
저금리로 기관투자자의 배당 수요가 증가해 수급 측면에서의 개선 여지도 있다. 따라서 배당이 높은 우선주를 투자 풀로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아울러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배당주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배당주는 증시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정동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배당주는 지난달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 영향으로 코스피 대비 부진한 경향을 보였다”며 “삼성전자의 증시 영향력이 점차 약해진다면 이번 여름에도 배당주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재차 확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