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국씨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이 자동차사고 수리비용으로 500만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스마트폰에서 비트코인 지갑을 실행한 후 10비트코인(Bitcoin, 1BTC=약 50만원)을 즉시 송금했다. 아들은 5000달러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해 자동차를 수리했고 송금수수료를 절약한 돈은 비상금으로 모았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거래가 어느덧 2조원을 돌파했다. 은행은 가상화폐의 거래장부인 ‘블록체인’ 기술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내역을 암호화(분산)한 거래장부를 일컫는다. 개인은 은행이 중앙서버에서 관리하던 거래내역 장부(블록)를 갖고 거래내용이 바뀔 때마다 장부가 자동갱신되는 구조다. 체인처럼 연결된 거래내역을 조작하려면 수많은 참여자의 장부를 동시에 해킹해야 하므로 사실상 해킹(위·변조)이 불가능한 장점이 있다.


[머니이야기] 가상화폐 거래장부 미래 모습은?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의 현주소는 어떨까. 국내은행은 올 하반기 블록체인을 전자장부, 보안인증, 주식거래, 부동산 스마트계약 등에 접목한 ‘개인 인증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인증서비스는 지난해 3월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에 발맞춰 새로운 인증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상품에 도입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을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직접 도입하려면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행법은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면 중앙집중식인 전산시스템을 분산개방형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 은행은 자신이 보유한 비대면 거래기술을 뺏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은행과 협약을 꺼려 블록체인 기술을 표준화할 수 있는 컨소시엄 구축이 요구된다.

현재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 CEV에 가입했고 IBK기업은행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핀테크 블록체인 해커톤을 준비 중이다.

박정국 금융결제원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회사들이 블록체인을 접한 업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데 블록체인 기술의 이해를 높이고 기술을 표준화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금융사가 개별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기보다 협업과 경쟁이 같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원 위기? 은행은 기회

블록체인 기술은 사용자 물론 금융시장에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은행은 거래정보를 공유하고 기록하기 때문에 따로 중간관리자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예탁결제원이나 신용정보원 등 공인된 제3의 관리기관이 필요 없어진 셈이다.

은행은 블록체인을 실제 금융거래에 적용하면 제3의 기관이 필요 없어 수수료 등 금융거래비용을 낮추고 서비스 처리시간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매년 수억원을 투입해 전산을 업그레이드하던 차세대 프로젝트 구축비용이 절감돼 기존 전산시스템의 단점을 해결하면서 수수료 등 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나아가 고객에게 돌아갈 혜택도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기관 인프라와 거래위험비용 400억달러가량을 절감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맥킨지는 금융기관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해외송금, 증권거래, 규제대응 등과 관련한 인프라 비용으로 2020년까지 연간 150억~20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얻는 효과는 2020년 이후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 현금없는 사회를 추진하면서 가상화폐의 거래 활성화를 지향한다. 아울러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에 대응할 수 있는 보안플랫폼,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은행은 이달 12일 비트코인 거래업체 코빗 관계자를 ‘2016 전자금융 세미나’ 연사로 초청하는 등 비트코인 연구에 착수했다.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블록체인은 은행이 보안유지를 위해 투입하는 대규모 인력과 인프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예측했다.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해외는?

해외에선 지난해 9월 바클레이스, 크레디스위스, 골드만삭스 등 9개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기술 표준화를 위해 ‘R3 CEV’라는 컨소시엄을 결성했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세계 금융기관이 대거 참여하면서 회원사가 50곳을 넘어섰다.

이밖에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의 자산, 주택, 차량, 특허 등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면 해킹을 예방하고 관리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신기술로 인한 해킹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P2P(개인 간 대출)거래 등 공유경제의 한계점인 보안과 신뢰문제도 동시에 해결 가능하다.

특히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블록체인 기술을 차세대 금융시스템에 도입할 경우 9조원의 비용을 대체할 것으로 평가한다. 해외 주요 금융회사들도 블록체인이 금융상품과 서비스 내용의 정확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금융상품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높은 보안성, 저렴한 관리비용,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 등의 장점을 지닌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뱅킹시스템 개발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들도 비핵심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점차 적용하는 방식으로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머니이야기] 가상화폐 거래장부 미래 모습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