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금리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날개옷’을 잃었던 은행주들이 연일 오름세다. 주요 은행과 금융주들이 지난달 25일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어진 상승세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독 추운 겨울을 보냈다. 얼어붙은 저금리 기조에 은행주는 바닥을 찍었다. 이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따뜻한 봄을 보냈지만 지난 6월24일 브렉시트 확정으로 은행주들은 다시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 종가 기준 3만8800원에서 3만7050원으로 떨어졌고 우리은행도 1만250원에서 9780원으로 급락했다.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역시 각각 2만5200원에서 2만3350원, 3만4450원에서 3만3150원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은행주들은 지난달 11일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인투자자가 연일 순매수하면서 상승폭이 커졌기 때문. 브렉시트 이후 한국의 원화와 증시가치가 상승한 탓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5% 넘게 오르며 상승행진을 보였다. 외국인까지 연일 ‘사자’를 부르며 외인 비중이 65.96%로 확대됐다. KB금융이 2%대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실적호조와 외국인 순매수에 기인한다.
브렉시트 가결 이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던 것도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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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어닝서프라이즈, 저평가 매력 부각
신한지주와 KB금융, 하나금융지주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우리은행도 예상치를 충족하는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주가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3521억원으로 시장예상치 3141억원을 상회했다. 신한지주의 올해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도 6834억원으로 시장예상치 6421억원을 웃돌았다.
올해 은행주들이 최저가를 기록한 지난 1월20일 주가와 2분기 실적발표로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27일 주가를 비교했을 때 가파른 상승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신한지주는 지난 1월 3만6000원에서 4만600원으로 12.7% 치솟았고 KB금융은 2만8300원에서 3만6350원으로 28.4% 뛰었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은 2분기 5804억원이라는 큰 폭의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며 “성장률과 NIM(순이자마진), 판관비, 대손충당금 등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분기부터 현대증권의 실적이 인식되고 주택도시보증공사 매각이익도 추가 발생이 예상된다”며 “3분기 실적도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또 기업은행 주가는 1만500원에서 1만1950원으로 13.8% 상승했고 우리은행은 8140원에서 27.7% 오른 1만400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1만9450원에서 2만8550원으로 6개월 만에 46.7% 급등해 수치상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은행비중이 높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2100억원을 기록해 예상치를 하회했고 대기업 여신을 1조원 넘게 축소했다”며 “대손충당금 하향추세를 감안해 순이익전망치를 7.2% 상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3만원에서 3만2000원으로 높였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뿐만 아니라 각 금융사의 실적발표 이후 신한지주와 KB금융,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의 목표주가도 이익전망치 수정을 감안해 상향조정된 상태다.
지속적인 금리하락에 따른 NIM 악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자이익 증가가 이어지면서 우려를 덜었다. 특히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기업여신에 따른 충당금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생각보다 대기업 익스포저가 크지 않아 충당금이 예상보다 축소됐다는 점이 실적호조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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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신한·KB… 배당은 우리·기업
은행주들의 2분기 성과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특히 KB금융과 신한지주의 경우 은행과 비은행 실적이 고르게 개선됐다. 국내 1·2위 금융지주회사인 신한지주와 KB금융은 모두 상반기에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두 금융그룹의 전체 이익에서 은행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며 나머지는 카드, 보험, 증권 등 계열사 이익이 차지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에서도 원화대출의 성장과 비용통제 등으로 실적개선을 이끌어냈다.
신한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조45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는데 이 중 은행의 순이익이 9698억원으로 67%의 비중을 차지했다. 계열사별로 이익증가율을 보면 은행이 30%, 보험이 22%를 기록한 반면 카드는 1%에 그쳤다. KB금융도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조1497억원의 순이익을 낸 가운데 은행이 7432억원으로 65%를 차지했다. 카드의 순이익은 9% 감소한 반면 은행은 1.8% 늘었고 자산운용과 캐피털은 각각 20%, 62% 증가했다.
배당수익률을 투자 포커스로 맞출 경우에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업종 내 고배당 종목이다. 우리은행은 2년 평균 시가 배당수익률이 5.4%이고 기업은행의 올해 배당수익률은 4.6%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도 각각 3.9%, 3.3%로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기대된다. 배당수익률이 높을수록 배당투자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져 방어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은행업종의 NIM 하락과 대출둔화에 따른 우려가 존재하나 그에 비해 수익성과 성장둔화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매크로 불확실성 우려가 감소할 경우 가격 메리트와 높은 배당수익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