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원샷법’(사업재편지원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업종의 사업비중이 높은 지주사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원샷법은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사업재편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려는 취지로 추진됐다.

정부가 원샷법 대상 업종을 넓히는 데 우호적인 만큼 해당 법이 적용되는 업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하반기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원샷법, 구조조정 속도 올리나
원샷법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M&A에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공급과잉에 속하더라도 막대한 과세부담으로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기업에 지주회사나 대기업집단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사업재편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공급과잉 판단기준을 가동률과 매출액 영업이익률 외에 해당업종의 특성에 맞는 지표를 도입할 예정이다. 원샷법 적용대상인 과잉공급업종이 되려면 ▲매출액 영업이익률 ▲5개 보조지표 중 2개 이상 기준치 부합 ▲당분간 수요 회복의 어려움 등 세가지 지표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원샷법이 추진되기 전까지는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 M&A의 경우 공정위가 특례를 인정했지만 담합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었다. 공정거래법에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공동행위(담합)는 예외를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 게 전부였다.

이에 정부는 원샷법이 적용되는 과잉생산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생산감축 합의나 설비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담합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른바 ‘불황형 담합’에 면죄부를 줘 철강·석유화학업종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샷법 적용 1순위 ‘철강’

철강과 조선, 석유·화학 등 기존에 공급과잉업종으로 지목된 업종들이 원샷법 적용의 우선순위가 될 전망이다. 앞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철강산업을 원샷법 적용 1순위로 꼽았다. 그는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우선 이뤄질 것”이라며 “철강산업 이후에는 조선이나 석유·화학업종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샷법 시행으로 기업들의 신규사업 진출도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샷법은 철강, 조선, 석유·화학, 해운 등의 과잉공급사업을 해소하고 신사업분야에 나서는 기업에게 재정자금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 내에서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재무구조 개선과 자회사의 규모의 경제 효과 기대로 이어져 지주사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자율주행차·전기차, VR(가상현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시스템반도체 등의 미래먹거리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 만큼 이들 분야로 업종 전환을 꾀하려는 기업들이 원샷법 적용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원샷법 적용업종은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주식시장에 긍정적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샷법 수혜 종목 ① LG·SK그룹

원샷법 적용대상이 공급과잉 우려가 있으나 신용등급이 A 또는 B 수준인 정상기업으로 한정되는 만큼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 해운 등 공급과잉업종의 사업비중이 높은 지주사가 수혜종목이 될 전망이다.

지주사 중에서는 LG와 SK가 대표적이다. GS와 LS, 한화 등의 지주사도 수혜주로 꼽힌다. 이들 대형지주사의 주식은 건설과 화학, 해운업 자회사의 실적이 부진한 탓에 순자산가치(NAV) 대비 크게 저평가됐다. 원샷법 시행을 앞둔 지난 7월부터 이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수혜종목으로 LG·SK·AK홀딩스를 꼽았다. 그는 “LG는 5년 만에 현금흐름이 개선됐고 비상장사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는 상황”이라며 “SK의 경우 최근 주가가 저평가된 데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의 가치가 현 주가에 미반영돼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한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M&A 활성화와 지배구조 개편 관련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수혜 예상은 미지수”라며 “불확실성의 존재를 가정하고 수혜주를 찾는다면 최근 합병으로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해 앞으로 그룹 전반의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SK그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샷법 수혜 종목 ② 삼성·현대차그룹

복잡한 순환출자 등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았던 기업에도 원샷법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전망이다.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LG·SK 외에 재계 ‘빅2’인 삼성과 현대차그룹도 원샷법을 계기로 지주회사체제로 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이유로 지주회사 전환이 유도됐지만 복잡한 순환출자 등의 지배구조를 가진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시 애로사항이 존재했다”며 “이번 원샷법은 하나의 특별법으로 묶어서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한화그룹 등도 거론되지만 특히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다”며 “통상 지주사 전환은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 개정 전후로 지주전환 가능성이 잠재된 기업의 주가 재평가작업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