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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자료사진=머니투데이 DB |
지난달 29일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ETF의 연간 매입 규모를 현재 3조3000억엔에서 6조엔으로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해외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를 이번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다만 기준금리는 기존의 -0.1%를 동결하고 본원통화 규모도 연간 80조엔을 유지했다. BOJ의 추가완화는 지난 1월 마이너스금리정책을 도입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며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 네번째다.
일본의 금융완화정책 발표가 엔화뿐만 아니라 원화와 위안화 강세까지 부추긴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금융완화, 엔/달러 환율 상승 부추겨
엔화는 이날 오후 일본 외환시장에서 2.5% 오른 1달러당 102.70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만 해도 BOJ의 추가 금융완화책 기대감으로 104엔대 후반까지 수직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금융완화정책을 펼치면 환율이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금리를 동결하고 ETF 매입만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엔/달러 환율 상승의 촉매로 작용했다.
엔/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은 이날 BOJ가 발표한 금융완화책의 영향이 컸다. 주가부양을 위해 ETF의 매입규모를 2배로 늘리고 금융기관이 BOJ에서 빌릴 수 있는 달러화 총액도 2배로 올린다는 발표 내용이 투자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망감이 이론을 거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BOJ가 ▲아베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보조를 맞춰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더 내리거나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두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철도와 다리 등 인프라에 재정을 쏟아 붓고 BOJ가 국채 매입규모를 더 늘려 엔화가치 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분기 엔화 강세로 고전한 일본 기업들을 지원해 성장의 불씨를 살린다는 취지였지만 이날 발표한 금융완화책은 이 기대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원·위안화 가치는 왜 올랐나
구로다 총재가 금융완화책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한·중·일 3국의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엔화와 한국의 원화,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이날 달러화 대비 일제히 하락(엔·원·위안화 가치 상승)했다.
WSJ는 엔화 강세는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한국과 중국의 통화가치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조선과 전자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의 원화는 이날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0.4%) 내린 1120.2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 거래일인 지난 1일 1108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7월1일 1117.5원을 기록한 이후 약 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했다.
중국의 위안화 환율도 이날 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며 0.1% 하락한 1달러당 6.6515위안을 기록했다. WSJ는 "BOJ의 소심한 행동은 일본의 금융완화정책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며 "일본의 금융완화는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통화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