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열린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해 5월 열린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마라톤이 젊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주말 여가생활쯤으로 치부되던 마라톤이 스포츠 브랜드들을 만나 진화를 거듭 중이다. 과거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티셔츠 등 천편일률적인 패션 대신 스포츠 타이즈와 각양각색의 트레이닝복은 마라톤이 젊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젊은층 사이에서 스포츠 마라톤 티켓은 웬만한 유명 가수 콘서트 티켓보다 귀하다. 유명 마라톤 대회는 참가신청 접수가 몇 분만에 마감되기도 한다.
이처럼 스포츠 마라톤이 뜨거운 인기를 얻으면서 대회를 유치한 업체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 마라톤. 그들은 왜 매년 마라톤 대회를 열고 있는 것일까.

◆축제로 진화하는 스포츠 마라톤


올해 열린 스포츠 마라톤은 모두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 4월 열린 '2016 아디다스 마이런 부산'(10km, WOMEN'S 7Km)은 2만여명의 참가자들이 몰려 마라톤의 인기를 입증했다.

특히 5월 개최된 '2016 나이키 우먼스 빅토리 투어'는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된 여성 하프마라톤 대회로 화제를 모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승인을 통해 공식적인 국제 대회로도 인정받은 이 대회는 5000여 명의 여성 참가자들이 몰려 봄날의 축제를 즐겼다.

9월에도 스포츠 마라톤 대회는 이어진다. 아디다스는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마이런 서울'을 개최할 예정이며, 뉴발란스는 '2016 런 온 서울'을 개최한다. 남산을 순환하는 '아식스 2016 쿨런'도 참가자 모집에 분주하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이다. 축제 형태의 대회다 보니 6대 4정도로 여성들의 참여도가 더 높다는 점도 특징. 이에 따라 업체들은 인기가수 공연이나 호텔 파티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해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나이키 우먼스 투어를 공동주최한 서울시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스포츠 마라톤의 특징은 '마라톤 대회'이면서도 '마라톤 대회' 같지 않다는 것이 포인트"라면서 "요즘은 대회가 끝난 후 일레트로닉 댄스파티나 인기가수의 미니 콘서트 등 콘텐츠가 접목된 파티로 진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체험' 시키고 '미래고객' 확보한다

2016 아디다스 마이런 부산 대회 모습. /사진=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2016 아디다스 마이런 부산 대회 모습. /사진=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그렇다면 업체들은 왜 수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마라톤 행사를 매년 열고 있을까. 업체에 큰 수익을 안겨주는 것일까.
현재 국내에서 스포츠 마라톤을 열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들은 수십 곳에 이른다. 2008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스포츠 마라톤을 개최한 나이키를 필두로 아디다스, 뉴발란스, 아식스, 데상트, 푸마 등은 매년 1~2차례 스포츠 마라톤을 개최한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마라톤은 참가비가 기존 마라톤 대회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다. 이유는 참가자 전원에게 티셔츠나, 모자, 가방 등 자사 제품이 기념으로 증정되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 3만원에서 최대 8만원(패키지 상품 포함)까지 참가비를 책정한다.

참가비는 높지만 마라톤 대회만으로 큰 수익을 낼 수는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다. 대규모 마라톤 대회의 경우 도심 도로를 통제해야 한다. 또한 많은 인건비가 발생하고 대회 홍보만으로도 거액의 마케팅 비용이 발생한다. 요즘은 대회마다 '연예인 모시기'가 필수라 캐스팅 비용까지 더해진다.

대회를 매년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A 업체 관계자는 "회당 개최 비용만 20억~30억원 정도 소요된다"면서 "참가비만으로 이를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마케팅용'이다. 스포츠 마라톤은 업계에서 체험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포츠를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체험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춰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4월 아이다스 마이런 부산에 참가한 대학생 정모(22)군은 "마라톤 대회이긴 하지만 승부와 기록보다는 그냥 참여에 의의를 두고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자 신청했다"면서 "평소 버스를 타고 오고 가던 도심 도로를 직접 뛴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또 티셔츠도 받을 수 있어 참가비가 아깝지 않았다"고 밝혔다.

5월 나이키 우먼스 빅토리 투어에 참여한 김모(24)양은 "마라톤 대회라기에 체력이 약해 걱정했지만 그냥 즐거운 축제에 참여한 기분이어서 부담 없이 즐기고 왔다"면서 "여자들만 참여해서 그런지 트레이닝복 패션쇼장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다음에 참여할 때는 좀 더 좋은 운동화와 트레이닝복을 구매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마라톤 대회는 러닝 문화를 이끈다는 취지와 함께 참가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키기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볼 때 브랜드와 함께 커가는 '신규 고객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