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했지만 2년 후 그만뒀어요. 퇴사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불확실성에 따른 두려움 등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보면 악기사업이 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영재 대표(38)는 2008년부터 악기를 수입해 유통하는 뮤직포스를 운영 중이다. 그는 2006년 삼성물산 상사부문에 취업했으나 과감히 사표를 내고 사업에 뛰어들어 내로라하는 악기업체 CEO로 변신했다.
뮤직포스는 현재 최고로 평가받는 기타와 베이스 등을 취급한다. 보유한 하이엔드 악기만 2000여대가 넘는다. 해외 유수의 딜러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또 수년째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을 기획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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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수정 기자 |
◆취미가 사업으로… 열정이 만들어낸 성과
“솔직히 ‘미쳐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기타만 200대가 넘으니까요. 유명브랜드의 대표모델은 다 써봤어요. 각 브랜드의 특징이나 고유의 소리도 잘 알죠. 그만큼 기타가 좋았고 그래서 악기사업을 하겠다고 다짐했죠.”
사용되는 목재·디자인·폭·길이·줄·도장 등에 따라 소리와 스타일이 달라지는 매력은 양 대표가 악기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다. 부모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의 열정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대학시절에는 전공과 무관한 학교 중앙 록밴드 생활에 매진하며 꿈을 키웠고 기타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웬만한 전공자보다 풍부한 관련 지식을 쌓았을 만큼 깊이 파고들었다.
“사실 삼성물산 상사부문에 취업했던 이유도 훗날 악기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양 대표는 삼성물산에 근무하면서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아 능동적으로 사업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습득했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 등 사업 전반을 짧게나마 배울 수 있어 하이엔드 브랜드 사업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지인들에게 자랑할 만큼 부모님도 매우 좋아하세요.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 저와의 싸움을 극복하니 주변의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된 거죠. 사업을 할 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그리고 뚝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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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수정 기자 |
◆하이엔드 악기시장서 인정받는 딜러 선정
“2008년 4월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져서 환율이 폭등했어요. 주로 해외 유명 하이엔드 악기를 수입해 유통·판매하기 때문에 환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거든요. 고객을 확보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죠.”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본사에서 재고를 보유하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6개월 또는 1년 전에 직접 주문서를 넣으면 그때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국내 판매가는 정해져 있는데 환율이 폭등했다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미 주문해서 생산에 들어간 제품을 취소하면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기 때문에 고민했죠.”
양 대표는 첫 주문 물량을 회사 마진을 포기하고 원가에 판매하는 쪽을 선택했다. 신용을 지키면서 거래했더니 미국 회사들이 한국 파트너를 구하는 다른 회사를 연결해줬고 ▲피알에스(PRS) ▲존써(John Suhr) ▲제임스타일러(James Tyler) ▲돈그로쉬(Don Grosh) ▲포데라(Fodera) ▲라크랜드(Lakland) ▲보그너(Bogner) 등의 브랜드와 독점 수입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또 2010년에는 이들 브랜드와 딜러계약을 맺고 7년째 거래 중이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한국은 고가 악기시장이 무척 작았어요. 일본 악기시장 규모의 20분의1이라는 얘기도 있었죠. 하지만 저희는 고가 브랜드를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들 브랜드의 유통구조를 바꿨습니다.”
양 대표는 기존의 ‘수입·유통·대리점 판매’ 구조를 ‘수입·직판’ 구조로 바꿔 최종소비자 가격을 낮췄고 각 브랜드의 매출은 점점 늘어났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존써 본사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딜러, 포데라로부터는 세계 3위 안에 드는 플래티넘 딜러로 뽑혔다. 한국 악기시장이 작은 규모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한류 메카’ 목표… 돈보다 ‘꿈’ 좇아야 성공
“최근에는 마룬파이브(Maroon5) 기타리스트인 제임스 발렌타인이 방문했어요. 국내외 유명 뮤지션뿐만 아니라 외국인관광객들도 많이 옵니다. 영어와 일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항상 대기 중이에요.”
양 대표는 한류 붐을 타고 점점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가운데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방문하는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젊은 기타리스트를 발굴하고 밴드를 육성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요. 밴드음악의 저변이 넓어져야 시장도 같이 커질 테니까요.”
양 대표는 앞으로 10년, 20년 뒤 단순히 해외브랜드를 수입·유통하는 회사에 그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전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다. 또 실용음악학교를 만들어 후학양성에 힘쓰고 매년 수많은 내한공연과 거대한 록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최종목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