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동반 부실화 차단, 심도 있는 '출구전략' 필요
미국이 금리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금리인상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이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 우리나라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해외투자자가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금을 빼 미국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이른바 ‘바이코리아’(한국철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장기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인상을 논하기도 어렵다. 눈덩이처럼 커진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또 내수가 불안하고 수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저금리·저성장에 진입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부터 7년째 저금리정책을 폈다.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가 우리나라 금융환경을 어떻게 바꿨고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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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대출 늘고 투자시장 얼고
우리나라가 저금리시대에 본격 돌입한 때는 2009년 1월부터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2.5%로 처음 2%대에 진입했다. 이후 2011~2012년 연 3.0~3.25%로 깜짝 인상을 단행했지만 2012년 10월 다시 2%대로 수정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연 1.75%로 1%대에 진입한 후 지난 6월 연 1.25%로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저금리는 곧 저성장으로 연결된다. 금리가 내려갈수록 기업은 투자 대신 현금을 보유하는 데 주력한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금고나 은행 예·적금에 예치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만든 가장 큰 부작용은 가계대출 규모 증가다. 금리가 낮다 보니 너도나도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때론 빚으로 주식이나 현물투자도 마다 하지 않는다.
실제 올 1분기 말 가계신용잔액(잠정치)은 1223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규모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금융사로부터 받은 가계대출은 물론 카드·자동차할부금융 등 외상으로 결제할 것까지 모든 가계 빚을 보여주는 지표다.
상당수의 대출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렸다는 의미다.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주식이나 채권, 현물에 투자한 이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투자시장 위축을 들 수 있다. 불확실성 리스크로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시장까지 미끄럼을 탔다. 이에 단기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단기투자상품으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29조원을 기록했다.
MMF는 2009년 126조원을 돌파한 후 100조원대를 밑돌았으나 2014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자금이 유입됐다. MMF는 1년 이내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대기자금 성격을 띤다. 다시 말해 투자처를 잃은 일명 ‘큰손’들이 단기금융에 자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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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고착, ‘출구전략’ 필요
이제는 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에 맞춰 우리도 저금리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정책은 가계부채 증가 억제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고 여러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대출규제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서민이 추가로 빚을 내지 못하도록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주요 전문가와 함께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현황과 대책’ 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에 한정된 여신심사 강화 대상 확대 ▲LTV 적용대상의 비주택담보대출 확대 ▲LTV와 DTI 규제 정상화 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됐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선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악성대출과 그렇지 않은 대출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량채무자와 악성채무자를 분류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관리해 부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찬반논란이 거세다. 부실위험이 높은 채무자를 특별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일명 퍼주기 정책을 편다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생길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 가장 불안한 곳은 금융회사”라며 “정부와 금융당국, 민간전문가가 힘을 합쳐 뾰족한 해법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의 임원은 “저금리는 우리경제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신호”라며 “문제는 수년 동안 초저금리시대에 살면서 금융소비자도 상당수 이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언제든 저금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고 금융소비자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금리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금리인상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이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 우리나라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해외투자자가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금을 빼 미국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이른바 ‘바이코리아’(한국철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장기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인상을 논하기도 어렵다. 눈덩이처럼 커진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또 내수가 불안하고 수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저금리·저성장에 진입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부터 7년째 저금리정책을 폈다.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가 우리나라 금융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대출 늘고 투자시장 얼고
우리나라가 저금리시대에 본격 돌입한 때는 2009년 1월부터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2.5%로 처음 2%대에 진입했다. 이후 2011~2012년 연 3.0~3.25%로 깜짝 인상을 단행했지만 2012년 10월 다시 2%대로 수정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연 1.75%로 1%대에 진입한 후 지난 6월 연 1.25%로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저금리는 곧 저성장으로 연결된다. 금리가 내려갈수록 기업은 투자 대신 현금을 보유하는 데 주력한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금고나 은행 예·적금에 예치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만든 가장 큰 부작용은 가계대출 규모 증가다. 금리가 낮다 보니 너도나도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때론 빚으로 주식이나 현물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 올 1분기 말 가계신용잔액(잠정치)은 1223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규모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금융사로부터 받은 가계대출은 물론 카드·자동차할부금융 등 외상으로 결제한 것까지 모든 가계 빚을 보여주는 지표다.
상당수의 대출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렸다는 의미다.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주식이나 채권, 현물에 투자한 이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투자시장 위축을 들 수 있다. 불확실성 리스크로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시장까지 미끄럼을 탔다. 이에 단기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단기투자상품으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29조원을 기록했다.
MMF는 2009년 126조원을 돌파한 후 100조원대를 밑돌았으나 2014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자금이 유입됐다. MMF는 1년 이내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대기자금 성격을 띤다. 다시 말해 투자처를 잃은 일명 ‘큰손’들이 단기금융에 자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고착, ‘출구전략’ 필요
이제는 저금리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에 맞춰 우리도 저금리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정책은 가계부채 증가 억제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고 여러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대출규제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서민이 추가로 빚을 내지 못하도록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주요 전문가와 함께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현황과 대책’ 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에 한정된 여신심사 강화 대상 확대 ▲LTV 적용대상의 비주택담보대출 확대 ▲LTV와 DTI 규제 정상화 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됐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선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악성대출과 그렇지 않은 대출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량채무자와 악성채무자를 분류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관리해 부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찬반논란이 거세다. 부실위험이 높은 채무자를 특별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일명 퍼주기 정책을 편다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생길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 가장 불안한 곳은 금융회사”라며 “정부와 금융당국, 민간전문가가 힘을 합쳐 뾰족한 해법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의 임원은 “저금리는 우리경제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신호”라며 “문제는 수년 동안 초저금리시대에 살면서 금융소비자도 상당수 이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언제든 저금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고 금융소비자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