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가성비'… 국내 업체 차별화 '부심'
‘대륙의 늑대’ 화웨이가 국경을 넘었다. 지난 10일 중국 통신네트워크장비업체 화웨이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대규모 제품 출시 행사를 열고 투인원PC ‘메이트북’과 태블릿 ‘미디어패드M2’를 공개했다. 앞서 통신사를 통해 중저가 스마트폰 3종을 출시했지만 화웨이가 국내 컨슈머제품 공식 총판을 선정하고 대규모 유통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보다 한발 먼저 국내시장을 공략한 샤오미의 기세도 무섭다. 샤오미는 지난달 오프라인 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자랜드에 입점한 샤오미 매장은 16개로 늘었고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도 일부 컨슈머제품이 조기 완판되는 등 국내시장에 중국산 전자제품의 돌풍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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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서울 1호 오프라인 매장 오픈. /사진=뉴시스 DB |
◆국내진출 가속페달 밟는 화웨이
화웨이는 2014년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LG유플러스가 단독 출시한 ‘X3’은 7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5인치 풀HD 터치스크린에 2GB RAM과 16GB 내장 메모리, 안드로이드 4.4 킷캣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성능 면에서 갤럭시S5와 대적할 만했다. 자신감을 얻은 화웨이는 이듬해 화웨이 ‘Y6’를 출시해 한달 만에 2만대 판매라는 성과를 거뒀다. 3년째인 올해 화웨이가 총판을 선정한 것은 한국시장에 제대로 자리잡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올리버 우 화웨이컨슈머비즈니스그룹 일본·한국지역총괄은 컨슈머제품 공개 행사에서 “한국 소비자도 많은 채널에서 화웨이를 만날 수 있도록 전략적 투자를 넓히겠다”며 “한국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보다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손을 잡은 유통업체는 신세계I&C다. 외국계 ICT제품을 이마트 등에 공급하는 강력한 유통망을 등에 업은 것. 업계는 이를 두고 화웨이가 컨슈머제품을 시작으로 휴대폰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비자가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해 개통하는 자급제 방식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세계I&C에 따르면 이번 화웨이 총판 계약은 1년의 추진기간 끝에 성사됐다. 화웨이의 국내진출이 신중하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고학봉 신세계I&C 상무는 “신세계I&C는 화웨이의 첫 국내 총판을 맡았다”며 “수년간 쌓아온 유통채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판매 활성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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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우 화웨이컨슈머비즈니스그룹 일본 및 한국 지역 총괄. /사진제공=화웨이 |
◆‘대륙의 만물상’ 샤오미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는 샤오미는 올해 초 2곳의 총판을 선정하고 컨슈머제품 판매 안정기에 들어섰다. 샤오미 총판 중 한곳인 코마트레이드는 경기도 성남과 서울 영등포구에 직영점을 오픈했고 최근 전국 전자랜드에 숍인숍 형태의 매장을 늘렸다.
코마트레이드에 따르면 첫 숍인숍 매장인 전자랜드 용산점의 월 매출은 1억원을 웃돌고 하루 평균 100여명의 소비자가 방문했다. 코마트레이드 측은 “지난달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샤오미 미밴드2’가 30초 만에 완판됐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샤오미 보조배터리, 체중계, 선풍기, LED 라이트가 특히 잘 팔린다”고 밝혔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경우 공식 대리점이 없어 구매대행업체를 통하거나 온라인으로 직접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휴대폰 커뮤니티에는 샤오미의 대화면 모델인 ‘홍미노트’나 ‘미맥스’의 개봉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올 정도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6.44인치 패블릿폰 미맥스의 경우 “지문인식이 기대 이상” “대용량 배터리가 가장 큰 강점”이라는 후기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 병행수입으로 국내에서 판매된 샤오미의 매출 규모는 2000억원대로 추정되며 올해는 총판이 더해져 파급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전자제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며 “국내기업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능에 가격까지 저렴해 판매 시작과 동시에 동나는 제품군이 많다”고 전했다.
◆‘초프리미엄·플래그십 모델’ 주력
중국발 전자제품 전쟁에 국내 중소업체는 물론이고 삼성·LG전자 등 대기업도 긴장하는 눈치다. 오는 9월 국내 공식 출시가 예정된 ‘샤오미 60인치 4K TV’의 가격은 10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동급 TV출고가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잇따른 초프리미엄 가전 출시가 중장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성능을 내세운 중국 제품과 차별화를 두기 위함이라 분석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올해 2분기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9.2%의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올 1·2분기 모두 삼성·애플을 추격하며 고속성장을 과시한 것.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는 “화웨이가 앞으로 1~2년 안에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격하게 몸집이 불어난 중국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국내 스마트폰제조사들의 대응 전략은 신기술을 앞세운 플래그십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세계 최초 홍채인식기능을 탑재한 갤럭시노트7 출시에 이어 급속 충전, 지문 방지, 방열, 이미지 분석, 전력 소모 측정 등 스마트폰과 관련된 총 9가지의 기술을 가진 업체를 찾는다는 ‘방’을 올렸다. LG전자도 오디오·비디오 성능을 강화한 플래그십 모델을 다음달 선보인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대해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의 비교선상에 놓이는 것 자체가 국내기업들에게는 중장기적 위협”이라면서 “국내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유통의 강점을 내세우겠지만 앞으로는 차별화된 영역의 제품군에 주력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