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면 남자를 꼬실 수 있다고 당당하게 외치던 섹시스타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자연 속 라이프를 택했다. 대중에게 '워너비 라이프'를 보여주던 그녀는 이제 명상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입양한 유기견과 하루도 빠짐없이 동네를 산책한다. 직접 낚시한 해산물로 요리를 해먹고 집 앞 텃밭에서 호박, 토마토, 오이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해 먹는다.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소길댁으로서 보여준 라이프스타일을 '킨포크'(kinfolk)라고 부른다. 킨포크 라이프스타일은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생활하는 삶의 방식이다. 현대사회의 빠르고 자극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힐링을 추구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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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을 즐기다
킨포크는 원래 친척이나 친족처럼 가까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국 북서부 중소도시 포틀랜드의 한 부부가 2011년 잡지 <킨포크>를 발간한 것을 계기로 자연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의 대명사가 됐다. 잡지에서 이 부부는 친척이나 지인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소소한 행복을 함께 즐기는 삶을 보여줬다.


사진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도 킨포크 라이프의 유행에 한몫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여유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음식, 여행 관련 킨포크 사진들이 세계적으로 공유되면서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3년 9월 결혼한 이효리의 제주도 삶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킨포크 라이프와 결합돼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이때부터 국내에서도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강조되고 가치 중심의 소비가 주목받았다.

TV프로그램을 봐도 킨포크 라이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화려한 생활만 즐길 것 같은 연예인들이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짓거나 낚시를 해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솥뚜껑에 음식을 해먹는 과정을 담은 <삼시세끼>가 대표적이다. 직접 요리하고 손수 인테리어를 하면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쿡방·집방 등의 프로그램도 인기다.


킨포크 라이프는 몇가지 대표적인 흐름이 있다. 우선 유기농 음식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채식주의자도 늘어났다. 호화로운 결혼식보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스몰웨딩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집도 비싼 돈을 들여 꾸미기보다는 조금 서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인테리어하는 사람이 늘었다. 아예 제주도로 집을 옮겨 자연친화적인 킨포크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킨포크 라이프는 우리가 일상에서 입는 옷에도 스며들었다. 어느샌가 스키니진 등 몸매를 과시하는 몸에 딱 붙는 옷이 유행에서 사라지고 편안하고 넉넉한 느낌의 '루즈핏'이 대세로 등장했다. 패션 관련 검색어에서도 '와이드 팬츠', '루즈핏 블라우스', '박시한 티셔츠' 등이 상위를 차지한다.

액세서리 역시 편안한 느낌을 선호한다. 금·은·보석이 들어간 액세서리보다는 실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더 큰 인기를 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유행에 동참했던 소원팔찌가 그 중 하나다. 소원팔찌를 늘 하고 다니다가 닳아서 자연스럽게 끊어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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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1인 가구 증가도 영향
킨포크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안타깝게도 장기 경기불황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취업난과 실업난 등 경제적인 제약으로 원하는 미래를 꿈꾸기 힘들어지자 많은 사람이 도심 속 경쟁을 피해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의 '빨리빨리' 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왔지만 이젠 남보다 빨리 움직여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기가 쉽지 않다. 남을 제치고 어렵게 취직에 성공해도 야근에 시달리고 집 장만은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경제적 부를 축적하기 위한 '빠름'보다는 내면의 힐링을 찾기 위한 '느림'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다.

킨포크 라이프 트렌드가 이어지는 또다른 이유로는 1인 가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지인들과 함께 밥을 여유롭게 나눠먹는 킨포크와 혼자 밥을 먹는 1인 가구의 상황이 대비돼 보인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혼자 밥 먹는 '혼밥족', 혼자 술 먹는 '혼술족' 등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싱글족이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을 찾으면서 오히려 킨포크 라이프가 확산되고 있다. 소셜 다이닝은 외로움을 느끼는 싱글족 온라인을 통해 만나 함께 밥을 먹는 흐름을 일컫는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6 싱글페어'에서도 '혼밥인의 만찬'과 같은 소셜 다이닝 서비스가 주목받았다.

NH투자증권은 국내에서 확산되는 킨포크 라이프에 주목하면서 관련 기업을 꼽았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 증시에서 ‘킨포크 관련주’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킨포크가 더 대중화되면 관련주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킨포크 라이프 관련주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유기농·채식주의 인기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관련주가 떠오른다. 조금 서툴고 시간이 걸려도 저렴하게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 관련주도 있다. 제주도 여행이나 이민, 자연 속 힐링을 추구하는 문화를 받아들이는 엔터·레저 관련주도 주목할 만하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킨포크 먹거리 관련주는 대상홀딩스, 풀무원, 신세계푸드, CJ, 효성오앤비, 농우바이오 등이 있다. 킨포크 인테리어 관련주는 한샘, 현대리바트 등이 꼽힌다. CJ E&M은 대표적인 킨포크 엔터·레저 관련주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