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대중의 도움 없이 자생할 수 없다. 기업이 생산한 재화·서비스는 대중의 소비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국내에도 이런 인식이 확산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15 주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주요 기업 231개사가 한해 동안 지출하는 사회공헌비용 규모는 약 2조670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CSR에 인색한 기업도 적지 않다. CSR에 열심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어디일까. <머니S>가 30대그룹의 사회공헌활동 현황에 대한 연재를 시작한다.
LG그룹은 독립운동 관련 시설 및 유공자, 사회적 의인, 소외계층 청소년 지원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내놓은 ‘2015~2016 지속경영가능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401억원 ▲LG화학 202억원 ▲LG 디스플레이 163억원 ▲LG생활건강 117억원 ▲LG유플러스 58억원 ▲LG 하우시스 15억원 ▲LG상사 13억원 등 7개사의 지난해 사회공헌 지출액이 969억원에 달한다.
![]() |
LG하우시스가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개보수 지원 사업을 완료한 이후 방문객들이 새로워진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 LG그룹 |
![]() |
LG 사랑의 다문화학교 과학영재과정 수업 모습. /사진제공=LG그룹 |
◆독립운동 지원 정신 계승
독립운동 관련 지원은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과 부친인 고 춘강 구재서 공이 일제강점기 시절 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자사의 사업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 창업회장은 일본의 민족말살정책 실시로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했던 1942년 중경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찾아온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당시로서는 거금인 1만원을 기꺼이 내놨다.
이에 앞서 춘강 공 역시 일정 구여순 선생을 통해 5000원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했다.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일본에게 발각될 시 기업의 존립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한 결단이다.
LG그룹은 이 정신을 이어받아 건축장식자재기업 LG하우시스를 중심으로 지난해 중경 임시정부 청사, 서재필 기념관 등 독립운동 관련 유적지 개보수사업을 실시했다. 또 올해부터는 ‘독립유공자 주거환경 개선’ 지원사업도 새롭게 시작했다.
사회적 의인에 대한 지원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해부터 ‘LG 의인상’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실시 중이다.
지난해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시민을 구하려다 신호위반 차량에 치여 희생된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를 시작으로 ▲고 이기태 경감(철길에 누운 장애 청소년 구하다 순직) ▲고 이병곤 소방령(서해대교 화재 진압 중 순직) ▲고 이재덕씨(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 구하다 순직) 등의 의인 및 유가족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하고 위로금으로 최대 1억원을 전달했다.
지난달에는 LG복지재단이 울산광역시에서 퇴근길 정체 시간대에 호흡곤란이 온 산모 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구급차의 진로를 확보해준 시민 최의정씨(31)에게 ‘모범 시민’ 표창과 상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저소득가정 및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지원사업도 활발히 펼친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청소년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 갈 수 있도록 30여개의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 |
LG 다문화학교 학생들이 LG사이언스홀에서 로봇청소기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G그룹 |
![]() |
지난 7월 열린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서 하현회 LG 사장이 저신장아동에게 증서와 함께 고무나무를 선물하고 있다.사진제공=LG그룹 |
◆사회적 의인, 청소년 지원
우선 올해로 22년째 저소득가정의 저신장 아이들이 키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LG복지재단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정의 자녀 중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소속 전문의로부터 추천을 받은 저신장 어린이들을 지원대상자로 선발해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성장 호르몬제 ‘유트로핀’을 최대 2년간 지원한다.
재단에 따르면 1995년 20명의 어린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200여명의 저신장 아동이 유트로핀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1년간 평균 2배(8cm) 이상, 최대 6배(23cm)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뚜렷한 성과를 얻었다.
LG생활건강은 2007년부터 한국사회복지관협회와 함께 치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가정 어린이들의 치과 진료를 지원한다.
어린이들에게 미소를 되찾아주자는 의미에서 ‘스마일 투게더’로 이름 지어진 이 사업은 지금까지 만 4~13세 사이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 어린이 1000여명 이상에게 치과 진료비를 지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부터 군 부대 수신용 휴대폰을 지원하고 있다. 병사들이 가족이나 지인들과 소통할 휴대전화 4만4000여대와 앞으로 3년간 발생하는 통신요금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휴대전화, 중계기 설치,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 사업에는 총 141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LG그룹은 저소득가정 및 다문화가정의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꿈을 펼쳐 각 분야의 인재로 커나가도록 과학, 언어, 음악 등의 분야에서 유수기관과 연계한 전문교육도 지원한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LG 사랑의 다문화학교’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언어와 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선발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및 카이스트 교수진으로부터 2년 동안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LG 관계자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 경영이라는 경영 이념을 기반으로 창업 이후 꾸준히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 전체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