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는 요즘 영화투자에 푹 빠졌다. 지난 3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200만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50만원대의 쏠쏠한 수익을 거뒀고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걷기왕>의 크라우드펀딩에도 1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영화는 인기배우 심은경의 출연으로 벌써부터 반응이 좋아 투자수익이 기대된다. 김씨는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45만명을 넘으면 투자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지인들에게 영화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들이 대체투자의 하나인 영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크라우드펀딩’ 방식의 영화투자가 각광받으면서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군중(Crowd)으로부터 자금조달(Funding)을 받는다는 뜻이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같은 매체를 활용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올 1월 정식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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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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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천상륙작전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 /사진=뉴스1 DB |
은행들은 계열사인 증권사를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고 증권사는 인터넷 중개회사를 통해 스타트업 등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를 모집한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를 넘으면 고객들은 수익에 따른 배당금을 받는 구조다.
크라우드펀딩의 영화투자시장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이 대박을 쳤다. 이 영화는 ‘IBKS문화콘텐츠투자 크라우드펀딩’이 288명으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지난 9월 말 기준 누적관객 700만명을 기록, 투자자들은 25.6%(세전)의 수익을 챙겼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의 영화투자는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관객이 10만명을 초과할 때마다 수익률이 높아진다. 손익분기점 달성 시 두자릿수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흥행이 계속되면 1%포인트 이상의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영화투자의 인기로 지난 5일에는 영화 <걷기왕>의 크라우드펀딩이 2시간 만에 마감됐다. <걷기왕>은 저예산 독립영화로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관객 45만명을 넘으면 원금의 5% 이상을 투자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다만 크라우드펀딩 영화투자는 개인에게 시나리오가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직접 예고편, 감독, 배우, 경쟁작 등 영화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살펴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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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걷기왕 제작발표회.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영화제작사는 대형투자사(기업)로부터 거액의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해 제작 진행상황, 촬영본, 편집본을 공개하는 반면 일반 소액투자자에게는 줄거리 요약과 감독 및 배우 프로필 정도만 제공한다. 사실상 ‘깜깜이 투자’나 다름없기 때문에 투자손실을 줄이려면 투자자가 직접 정보취득에 나서야 한다. 진부한 공식이지만 영화계에선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면 영화가 성공한다’고 평가한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관계자는 “상영 예정영화의 특성상 세부내용을 미리 공개할 수 없어 영화투자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군에 속한다”며 “중개사도 영화의 많은 정보를 알지 못하지만 크라우드펀딩에 주의할 점 등을 문의해 투자손실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공격적인 영화주, 안전한 특판예금
물론 투자방식이 크라우드펀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공격적인 방법은 영화 관련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발표 이후 영화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3분기 영화시장이 성수기인 만큼 박스오피스(흥행수익)도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사드 우려가 차츰 가라앉고 코스닥시장에 대한 기관 매도세도 약해져 3분기 영화주의 실적에 기대를 걸 만하다”고 말했다.
주식의 특징인 원금손실 우려가 부담된다면 영화관련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게 안정적이다. 은행들은 문화콘텐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각종 영화의 흥행성적과 연계된 특판상품을 판매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7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성적에 따라 최고 0.3%포인트 우대금리를 더해주는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고 KEB하나은행은 올 들어 <시간이탈자>, <터널>, <밀정> 등 영화성적과 연계한 비슷한 특판상품 3개를 잇따라 선보였다.
고객이 영화 예·적금에서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붙지만 원금을 보장하고 안전하게 예금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신설영화사 ‘엔젤투자’ 눈여겨볼 만
될성부른 영화제작사에 개인이 돈을 모아 직접 투자하는 엔젤투자 방식도 있다. 엔젤투자는 개인의 돈을 모아 창업하는 벤처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받는 투자다. 최근 벤처 붐이 살아나면서 엔젤투자도 2013년 이후 연평균 57%나 급성장했다. 소득공제도 2018년까지 연장돼 세제혜택도 누릴 수 있다.
엔젤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창업하는 영화제작사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고 기업이 IPO(주식상장) 등으로 성장하면 수십배 이상의 이득을 얻는 것이다. 다만 기업이 파산하거나 사업에 실패할 경우 투자액의 대부분이 손실로 확정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엔젤투자를 받으면 바로 벤처확인을 받을 수 있는 전문엔젤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이에 따라 투자를 받은 기업은 엔젤투자→모태펀드 엔젤매칭투자→VC(밴처캐피털) 후속투자로 성장에 필요한 추가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엔젤투자자의 투자 안정성이 보장됐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엔젤투자가 1000억원을 돌파했다”며 “투자의 전문성, 규모의 경제, 투자리스크 완화 등의 장점으로 대체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적극 참여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