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KoreaSalesFESTA)가 한창이다. 올해는 대형유통업체들과 전통시장은 물론, 자동차업체, 가전업체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주요 소비품목에 할인표가 붙으며 열기가 고조됐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은 코리아세일페스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행사가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대형백화점들은 지난해 대비 매출이 10% 이상씩 증가했으며, 면세점도 국경절을 맞아 방한한 유커(중국인 관광객)효과를 제대로 누리며 호황을 누렸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DB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창업의 모든 것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DB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창업의 모든 것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연초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지난해 열린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참여업체 부족(90여개 업체)과 여러가지 미흡한 점을 드러내며 혹평받은 것을 감안, 올해는 유통업체는 물론, 전자제품, 자동차, 화장품 등의 다양한 업체(약 250여개 업체)를 참여시키며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명실상부 국가적인 할인행사로 성장시킨다는 각오였다.
◆ 초반 흥행몰이 성공… 대형유통사 ‘함박웃음’

행사가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전국의 주요 백화점, 마트 등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한 백화점은 7억원대 아파트 한 채와 연금 4억원을 1등 경품으로 내걸으며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특히 중국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유커들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반갑다. 유커들의 주요 쇼핑지인 서울 중구 대형백화점 일대와 잠실역 인근은 하루 종일 수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잠실 롯데백화점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남·30)는 "생각보다 할인폭이 커 평소보다 20~30% 할인된 가격에 노트북을 구매했다"면서 "지난해와 달리 할인업체와 품목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강모(여·32)씨도 "지하 생활·식품관에서 묶음상품 등 다양한 기획행사를 통해 휴지나, 세탁세제 등 생활용품을 평소보다 싸게 구매했다"면서 "행사기간 안에 가족들과 한번 더 마트를 찾아 대량으로 구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형유통사들도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초반 성적에 고무된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의 매출이 지난해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초반 나흘보다 12.8%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백화점 본점의 중국인 고객 매출은 지난해보다 38.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의 매출이 전년도 세일행사보다 20% 이상 신장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이 행사 첫날 개최한 ‘만원의 행복, 대박백’ 이벤트는 고객들이 몰리며 30분 만에 대부분 상품이 판매됐다. 또한 명품 특가 행사 역시 둘째날 물량을 보충해야할 만큼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인 매출 역시 같은 기간 지난해 행사와 비교해 16.9%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경기 죽전점의 '코리아세일페스타' 안내판./사진=김정훈 기자
신세계백화점 경기 죽전점의 '코리아세일페스타' 안내판./사진=김정훈 기자
신세계 이마트 죽전점 세제코너 모습./사진=김정훈 기자
신세계 이마트 죽전점 세제코너 모습./사진=김정훈 기자

자동차업계도 환호성을 질렀다. 현대자동차는 코리아세일페스타 판매용 승용차 5000대가 완판되며 판매차량 5000대를 추가했다. 르노삼성과 한국GM 측도 준비한 판매물량 2000여대가 모두 무리 없이 완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인기 제품 할인은 없다?

이처럼 행사 초반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코리아세일페스타지만 아쉬운 면도 적지않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평균 할인율이 50%에 육박하는 반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20~30%에 그치는 게 대표적이다. 그나마 인기 상품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용인 죽전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김모씨(남·36)는 "인기 스포츠브랜드에서 평소 구매하고 싶었던 운동화를 싸게 살 겸 들렀지만 내가 찾는 제품은 아예 할인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주변에선 업체들이 비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재고떨이'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정모씨(여·28)는 "향수를 사러 백화점 1층 매장을 둘러봤지만 어떤 매장도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다는 문구를 보지 못했다"면서 "평소 고가라 구매를 망설였던 제품을 이 기간에 싸게 살 수 있어야 진정한 '세일페스타'가 될 것 같다. 대대적으로 행사를 홍보한 것 치고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 자체가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을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크게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특별할인기간(9월29일~10월9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코리아 그랜드 세일(10월1일~31일)’로 나뉜다. 행사 기간과 규모를 감안하면 내국인보다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 그 중에서도 유커들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전통시장도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했지만 ‘국가적인 할인행사’라는 구색 맞추기용으로 참여한 분위기다. 실제로 산자부는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대형백화점과 마트의 매출통계를 발표했지만 전통시장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무려 400~500여개의 전통시장이 참여했다고 홍보했지만 일부 인기시장을 제외하곤 행사효과를 누리는 곳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추석 이후는 신제품이 많이 출시되는 시기라 할인폭을 크게 두기 애매해 재고품 위주로 할인품목을 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불만만 높여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우리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 된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사로 재미를 보는 업체들도 많겠지만 우리처럼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한 기업들도 있을 것”이라며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사가 돼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