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코스피가 2060선을 돌파했지만 정작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없어요.”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푸념이다. 침체됐던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 2020, 2040, 2060선을 연이어 돌파했다는 소식이 쏟아졌지만 쏠쏠하게 재미를 본 투자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코스피 고공행진, ‘수치’보다 ‘타이밍’
지난 5년 동안 코스피는 박스권에 머물렀다. 코스피가 2000선만 넘으면 차익 실현 성격의 펀드환매 물량이 쏟아졌다. 반대로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면 재차 자금이 국내주식형펀드로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2060선을 넘나드는 상황은 보기 드문 강세장이다. 하지만 주요 주식형공모펀드는 3~10%의 손실을 기록했고 중소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계좌도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다.
이렇듯 개인투자자의 분위기가 냉랭해진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일부 대형주로 몰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가치주 장기투자’로 요약되는 종전의 방식을 고수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달라진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는 ‘타이밍’과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올 초 애널리스트들은 편의점주를 매수 1순위로 추천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 등 이슈가 쏟아지자 호재를 예상한 것. 편의점은 실적도 탄탄해 대부분 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하는 추세였다. ‘코스피 상승세’라는 수치와 지표를 믿고 투자자들 역시 최고투자처로 꼽았다.
그러나 편의점주의 몸값은 전망과 거꾸로 움직였다. 지난 2월1일 종가 기준 6만5600원까지 치솟았던 GS리테일은 지난달 12일 종가 기준 4만5600원으로 하락했다. 비슷한 시기 22만6500원을 기록했던 BGF리테일도 같은 날 17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편의점주는 올 들어 글로벌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 상승세처럼 단순한 수치에 편승한 투자처 선택은 위험할 수 있다. 나아가 코스피 상승세가 투자자의 수익률 증가와 직결되지 않을 수 있어 평소 국내외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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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내재가치’에 남는 미련, 눈을 돌려야
조선주는 편의점주와 정반대의 경우다.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에 허덕이고 미래 먹거리마저도 마땅치 않다. 산업 자체가 존폐의 위기에 서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주가는 달랐다. 조선업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20일 종가 기준 8만1200원으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후 이달 11일 종가(15만3000원) 기준 88.4% 상승했다.
또 지난달 말 올해 첫 수주를 신고한 삼성중공업도 지난 1월20일 8072원으로 올해 최저점을 확인한 후 이달 10일 종가(1만300원) 기준 27.6% 올랐다. 나아가 이달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동결 및 감산 기대감이 커지며 국제유가의 상승에 따른 업황 개선 기대감도 주가상승을 견인했다.
편의점주와 조선주는 ‘좋은 종목’과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올 들어 주식시장의 흐름이 ‘똘똘한 중소형주’에서 ‘저렴한 대형주’로 급변했고 내재가치가 높은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유독 많았다.
익히 알려진 바이오주와 편의점주는 구조적 성장주이자 가치주다. 따라서 기업 내재가치 상승속도보다 주가가 더 빨리 오르는 특징이 있다.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주식을 매수할 경우 재미를 볼 수 있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시점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늘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주는 경기민감주의 주가 흐름을 보인다. 전통제조업종뿐만 아니라 이익이 기준금리에 좌우되는 은행주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 종목은 시간이 지나도 내재가치가 커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중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매수 타이밍에 따라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 높을수록 경기민감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증시를 이끌었던 고PER(주가수익비율)주가 조정을 받고 관심 밖이었던 경기민감주로 이목이 집중됐다.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라 기존의 것을 고수하기보다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 투자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인상되면 이에 편승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으로 몰린다고 설명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바이오업종과 제약업종이 하락했다. 오름세를 탄 은행과 기계, 화학과는 상반된다. 그러나 몇달 전까지만 해도 저금리 기조에 은행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시기를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방어주와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경기민감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글로벌 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는 ‘경기방어주와 고배당주를 매도하는 이유’라는 리포트를 내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경기방어주와 고배당주 쪽으로 자금유입이 활발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잘 오르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의 경우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하면서 경기방어주가 상당한 상승압력을 받았다. 이는 경기민감주보다 경기방어주로의 자금 유입속도가 빨라지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경기방어주는 전반적으로 순이익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경기민감주·무배당주와 비교해 경기방어주·고배당주의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방어주·고배당주 중심의 섹터펀드와 저변동성주 ETF(상장지수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약화되고 경기민감주 섹터에서 자금유출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