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뉴스1
은행 대출,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뉴스1
쌀쌀해진 날씨만큼 은행권의 대출창구도 얼어붙었다. 은행권이 125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줄이기에 돌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 말보다 6조1000억원 증가한 68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증가폭은 8월의 8조6000억원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수준이다. 9월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5조3000억원으로 전달 증가액 6조1000억원보다 감소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의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영업일간 742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778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국민·신한·기업은행은 지난달 말보다 가계대출 잔액이 줄었다. 기업은행은 609억원, 국민은행은 600억원, 신한은행은 150억원 정도 감소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축소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한동안 은행권의 대출 줄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주택공급을 축소하는 내용의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고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빠른 금융사는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강조한다. 한국은행도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한 상태다.

◆본격적인 이사철, 서민들 대출규제에 ‘울상’


가을 이사철을 맞아 신규 주택자금 마련에 나선 서민들은 깐깐해진 은행대출에 울상이다. 매매값에 최고 90%에 달하는 전세값도 부담인데 은행들이 대출이자까지 올리니 살림이 더 팍팍해졌다.

한은이 조사한 국내 은행권의 올 4분기 가계 일반자금 대출태도지수는 -10으로 전분기(-7)에 비해 확대됐고 가계 주택자금은 -27로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을수록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8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7월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2.70%로 8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홀로 대출금리를 올리면 논란이 일 수 있으나 대출 총량을 급격히 줄이는 방법으로 금ㄹ리인상 효과 만한 게 없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가 높은 은행에 특별점검이 예정돼 단기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금리인상 뿐"이라며 "은행에 대출받으러 온 고객을 돌려보낼 수는 없어 신규 대출금리를 올리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집단대출 심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중도금 보증한도 및 건수를 제한하는 집단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신규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집단대출의 보증을 줄인 규제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집단대출 보증한도가 100%에서 90%로 감소하면서 은행은 10%의 손실부담이 생겼다. 은행도 집단대출을 깐깐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부분적으로 은행이 떠안는 구조는 처음이다"며 "가계대출 대책으로 가계부채가 줄면 상황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대출심사를 더 까다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