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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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알리안츠생명의 자살보험금 재해 특약 관련 소송 재판을 다시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말 ‘보험사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 판결과 또 다른 결론이라서 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알리안츠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04년 2월 재해사망보장특약이 포함된 알리안츠생명 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특약에는 가입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3년 후인 2007년 9월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은 재해사망보험금 9000만원을 제외한 5100만원만 지급했다. A씨 유족들은 7년 뒤에야 특약에 따라 보험금 9000만원을 더 받았어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알리안츠생명은 보험금 50%만 지급받고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를 A씨 유족에게 물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알리안츠생명은 A씨 유족에게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원심은 A씨가 재해로 사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 사망은 특약이 규정한 외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계약 당사자들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문제의 특약 조항은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특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범위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까지 확장 해석하는 것은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것. 즉, 보험금 청구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따로 심리하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A씨 사망의 경우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2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한 약관 조항은 무의미한 규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평균적인 고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조항은 예외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이 같은 해석이 합리적이고 약관 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는 자살보험금의 최대 쟁점인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따로 심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알리안츠 생명이 소멸시효를 근거로 항변할 경우 대법원의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씨의 유족이 A씨가 사망한 2007년 이후 소멸시효가 지난 2014년에서야 보험금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한편 금감원은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생보사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