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최순실 인터뷰 "태블릿PC 쓸지도 모른다, 얼굴 알지도 못한다, 비행기 탈 수 없을 정도로 쇠약"

세계일보 최순실 인터뷰. 어제(26일) 오후 경기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책임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일보가 최순실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일간지 세계일보는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독일에서 인터뷰를 가진 내용을 오늘(27일)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26일(독일 현지시간) 독일 헤센 한 호텔에서 최순실씨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일보는 최근 연설문 개입 의혹, 국정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최순실씨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유출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까지 한 데 대해서 “나라만 생각한 분이 혼자 해보려고 하는데 안돼 너무 가슴 아프다. 대통령이 훌륭한 분이고, 나라만 위하는 분인데,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사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서 최순실씨는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기밀 등 사항인지 모른채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주장이다.

세계일보는 최순실씨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했다. 최순실씨는 “왜 그런 것을 가지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는지 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 정말 죄송하다.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기 짝이 없다. 너무 잘못됐다. 대통령에게 폐를 끼친 것은 정말 잘못했다. 신의 때문에 했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최순실씨는 이어 청와대의 대통령 자료를 미리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 민간인이어서 그것이 국가기밀이나 국가기록인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관련 문서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없다. 뭐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고만 해명했다.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의 자기 사무실에서 대통령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도 안된다. 미친 사람이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협박도 하고 5억을 달라고 했다”며 모함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이 문서를 전달했다는 구체적 정황에 대해서도 “저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최순실씨는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하게 연루의혹을 부인했다.

세계일보는 국정개입의 의혹에 대해서도 물었다. 최근 보도에서 최순실씨가 안종범 경제수석,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을 통해 국정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데 따른 질문이었다. 그러나 최순실씨는 이 역시도 “안 수석의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김 차관의 경우 저와 연결하려는 ‘그림’인 것 같다. 한양대와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다”며 부인했다.

제2부속실 소속 윤전추 행정관 등의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나이와 연배도 달라 내가 전혀 추천이나 인사 청탁은 없었다”며 부인했다. 최순실씨는 이외에 ‘팔선녀 모임’ 소문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논란에 대해서는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 감사해보면 당장 나올 것을 가지고 (돈을) 유용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문제를 부인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국장이 최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한 데 대해서는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같이 일한 적도 없다. 저를 끼워 이슈를 만든 것 같다. 그 사람들 싸움에 왜 저를 끌어들이고 그런지 모르겠다”며 역시 부인했다.

마지막으로 최순실씨는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딸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 일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태민 목사의 딸로, 최근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논란, 딸 정유라씨 특혜 논란에 더해 박 대통령 연설문 등 국정개입 의혹까지 연이어 보도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전남편이 정윤회씨 역시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공개되면서 비선실세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등 최순실씨를 둘러싼 권력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