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작 가능한 뇌파 기술, ‘전뇌해킹’까지 실험
지난 1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을 앞두고 두뇌활성주사, 물범탕 등 수험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두뇌 도핑’ 방법이 등장했다.
두뇌활성주사는 은행나무추출물인 진코발·비타민C·엘카르티닌 등이 섞인 용액을 30분~1시간가량 맞는 주사를 말한다. 수능보약으로 유명한 물범탕은 캐나다에서 들여온 하프물범을 미꾸라지·철갑상어 등과 함께 달여 만든 보약이다.
최근에는 수액을 맞거나 보약을 먹는 방법이 아닌 실제로 두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두피에 직접 미세한 전류를 흘려 전기 자극으로 두뇌 도핑을 시도하는 것이다.
◆빠르게 발전 중인 뇌 도핑 기술
미국 공군연구소는 최근 국제학술지 <첨단 인간 신경과학>에서 두피에 전류를 흘려 지상작전요원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피 전기 자극이 각성제나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보다 각성 효과가 높다고 덧붙였다.
각성 효과가 뛰어나다 보니 스포츠계도 뇌 전기 자극에 주목한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불법 약물 대신 뇌를 전기로 자극해 훈련 효과를 높이는 뇌 도핑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올림픽 스키점프 대표선수들은 헬로 뉴로사이언스가 개발한 뇌자극용 헤드폰을 쓰고 훈련해 균형감각을 80%나 높였다고 한다.
물론 뇌 도핑은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악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뇌 전기 자극 기술은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뇌에 접근 가능해지면서 인간이 보유한 능력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는 등 기억, 감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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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최근 미국 MIT대학 연구팀은 쥐 연구를 통해 ‘사회적 기억저장소’(social memories) 역할을 뇌 해마 CA1 영역이 담당하며 이를 통해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기억 편집이 가능함을 증명한 것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종합센터와 미국 MIT 합동연구팀도 쥐 실험에서 상대방을 떠올리는 뇌 속 특정 영역을 찾아 특정한 상대를 좋아하고 싫어하게 만드는 감정조작에 성공했다. 아직은 인간을 대상으로 기억과 감정 조작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관련 소식이 들릴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기억을 자유롭게 편집하기 위해서는 특정 뇌 부위를 찾아내 자극하는 뇌파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의 몸속에도 전류가 흐르는데 이 흐름을 측정하는 것이다. 사람의 두뇌가 활동할 때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 뇌파 기술의 기본적 토대이다. 뇌파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뇌파의 종류를 세밀하게 구분할수록 생각을 정교하게 읽어낼 수 있다.
◆뇌파로 자동차·드론 조종한다
단순히 뇌파를 측정하는 단계를 넘어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응용 분야도 발전 중이다. 사람의 뇌파로 컴퓨터나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 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 Machine Interface)라고 부른다. 뇌파를 활용해 인간 능력을 증진시키는 융합 기술이다.
BCI 기술은 사지 마비나 식물인간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연구로 처음 등장했다. 1973년 미국 UCLA의 자퀴스 비달 교수가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뇌파의 개념을 제안했다. 최근 들어 뇌파 측정기가 간편한 헤드셋 형태로 상용화될 만큼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가까운 미래에 뇌파를 활용한 자동차가 상용화될지도 모른다. 몇년 전부터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이 뇌파운전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텐진 난카이대학은 뇌파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공개했다. 운전자가 뇌파헤드셋을 쓰면 16개의 센서가 뇌파를 분석해 컴퓨터로 보내고 컴퓨터가 신호를 파악해 자동차를 조종하는 기술이다.
뇌파운전차 기술은 자율주행차 기술과 통합돼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몇년 안에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자유롭게 운전을 하고 기계를 작동시키는 등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뇌파로 드론을 조종하는 기술은 좀더 빨리 대중화될 전망이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대학은 뇌파만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경기를 세계 최초로 개최했다. 이후 7월에는 애리조나주립대에서 한 사람의 뇌파로 여러개의 드론을 동시에 조종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현재 기술로는 한 사람이 최대 4대의 드론까지 생각만으로 조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뇌파 활용분야 끝 없어
뇌파는 새로운 보안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최근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체보안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 가능해지면서 한번만 해킹을 당해도 그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뇌를 해킹해서 컴퓨터로 분석한 뇌파를 볼 수 있는 ‘아이브레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브레인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필립 로 교수가 개발한 뇌파를 컴퓨터에 기록하는 장치다.
특정한 소리나 사진을 보고 0.3초 후에 반응하는 뇌파 ‘P300’은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뇌파를 활용하면 특정 사람의 뇌 기억 속에 관련 정보가 진짜로 있었는지 없었는지 찾아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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