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호텔 건립' 숙원 재점화


경복궁 옆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사진=머니투데이DB
경복궁 옆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사진=머니투데이DB

대한항공이 보유한 송현동 옛 주한미군 숙소부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 땅은 서울 중심부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금싸라기 중의 금싸라기 땅이다. 대한항공은 이 땅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원했으나 규제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가로막혀 추진하지 못했고 지난해 8월 이 땅에 문화융합센터인 K익스피리언스를 건립한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 계획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차은택이 깊게 관여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의 일환이라는 것이 논란이 되면서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워졌다. 

◆ ‘호텔’ 염원하던 대한항공, 돌연 계획변경한 사연


옛 주한미군 숙소부지인 이 땅은 삼성생명이 보유하던 것을 지난 2008년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매입했다. 대한항공은 매입 당시부터 이 땅에 호텔을 건립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들의 반발과 학교 주변에 호텔 건설을 금지하는 학교보건법에 막혀 추진이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중부교육지원청을 상태로 행정소송을 내고 대법원까지 가는 등 호텔 건립에 대한 염원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2012년 10월 관광호텔 건립 규제를 축소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며 대한항공의 기대감은 커졌다. 박 대통령이 2013년 9월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건립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여론은 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인 호텔사업에 집중됐다. 여론의 반발이 거셌지만 대한항공은 송현동 호텔 건립 추진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숨 죽인 채 법 개정을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법 개정을 앞둔 8월 대한항공은 돌연 호텔 건립을 포기하고 이 땅에 복합문화공간인 K익스피리언스를 짓기로 한다. 차은택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8월18일 발표한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로 대한항공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을 때도 대한항공은 송현동 호텔건립 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며 “법 개정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돌연 포기한 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 송현동 부지, 어떻게 되나

문제는 송현동 부지에 들어서기로 한 K익스피리언스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상 K익스피리언스 사업을 내려놨다. 문체부는 지난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제출하고 문화창조융합센터, K컬처밸리, K익스피리언스 등 3개 사업은 민간 자율로 추진해 앞으로 정부 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송현동 부지 관련 변동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정부의 지원없이 K익스피리언스를 계획대로 진행할 리 만무하다는 시각이 크다.

특히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 계획을 포기한 뒤 4개월만에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이 가능해진 점을 고려하면 다시 한번 호텔 건설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입장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정국을 고려할 때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 부지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 부지가 가진 잠재가치를 포기하고 매각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