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실적 자랑 경쟁에 나섰다. 너도나도 대출 건수와 대출실적을 공개하며 자화자찬 일색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높은 실적을 대외에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짧은 기간 내 높은 성과를 달성하면 기업인지도가 좋아지고 신뢰도 한층 두터워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금융회사, 그중에서도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이 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축은행은 서민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회사다. 대출상품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이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부실위험 항목으로 꼽히는 분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2월1일 기준 사실상 13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와 국민 등은 가계대란 우려를, 금융권에서는 대출 실적잔치를 벌이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금융회사, 그중에서도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이 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축은행은 서민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회사다. 대출상품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이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부실위험 항목으로 꼽히는 분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2월1일 기준 사실상 13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와 국민 등은 가계대란 우려를, 금융권에서는 대출 실적잔치를 벌이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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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사이다’ 대출, 정말 속 시원할까
대출실적 경쟁은 SBI저축은행이 주도했다. SBI저축은행이 올 초 출시한 중금리대출 ‘사이다’가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도 잇따라 중금리대출상품을 쏟아냈다.
사이다의 대출실적은 지난달 30일 기준 17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은 신용등급에 따라 연 6.9~13.5%의 금리를 적용한다.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적용되는데 ▲1등급 6.9% ▲2등급 8% ▲3등급 9% ▲4등급 10% ▲5등급 12% ▲6등급 13.5%다. 기준금리(연 1.25%)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이상 금리가 높지만 저축은행업계과 비교하면 비교적 낮은 수준에 속한다. 중금리대출 평균금리는 연 10~19.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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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저축은행 중저금리대출 사이다. /사진제공=SBI저축은행 |
사이다가 인기를 끌자 다른 저축은행들도 너나 없이 중금리대출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원더풀 와우론’을 선보였고 OK저축은행은 ‘스파이크 OK론’을 최근 출시했다. 원더풀 와우론은 직장인 중금리대출상품으로 지난달 21일 기준 누적실적 1000억원을 돌파했다. JT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은 출시 40일 만에 대출잔액 1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자평했다. 한국저축은행과 아주저축은행도 각각 ‘살만한 직장인대출’, ‘비타민’을 내놔 중금리대출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금리대출뿐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할부금융상품도 출시했다. JT저축은행은 최저 연 7.6~19.9%의 금리를 적용하는 JT할부금융상품을 내놨다. 최장 60개월 분납을 신청할 수 있고 품목에 따라 무이자도 가능하다. 할부금융은 고객이 구입한 물건의 대금을 금융회사가 판매회사에 일시금으로 지급하면 고객은 이를 할부로 나눠 결제하는 형태다. 신용카드 할부서비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 상품의 평균금리는 연 11%대다. 이와 관련 JT저축은행 관계자는 “평균금리는 연 11%대지만 고객의 90%가 무이자를 적용받고 있다”며 “할부기간 내에 상환하면 이자를 거의 내지 않는데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고객이 이자를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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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친애저축은행. /사진제공=JT친애저축은행 |
◆저축은행 ‘웃음’… 대출자는 ‘울상’
호실적을 기록한 저축은행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까지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76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96억원(71.8%) 급증했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올 들어 실적잔치를 벌인 것이다.
물론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이 같은 실적호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서민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환영보다는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저축은행이 실적잔치를 벌이면 반대로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어서다. 고신용자는 금리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신용등급 1~3등급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보다 금리가 높고 신용평점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손쉽고 친숙한 이미지 때문에 고신용자도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거나 생애 첫 대출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의 대출상품 사이다의 경우 전체 대출자 가운데 30% 이상이 신용등급 1~3등급인 고신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이해도가 낮은 고신용자들이 잘 모르고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화나 인터넷으로 쉽게 대출신청이 가능하고 연예인을 모델로 하루에도 수십차례 CF를 방영해 부정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쟁적으로 높은 실적을 대외에 공개하며 자화자찬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중금리대출상품이라 해도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연 10~20% 수준”이라며 “최저금리를 확정금리인 것처럼 현혹해 고객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규제로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어 “대출상품은 기본적으로 홍보하면 안된다”며 “소비자를 보호하고 어떻게든 낮은 금리로 서민을 보호하는 것이 저축은행의 기본역할인데 오히려 장사에만 치중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