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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지주 /사진=NH농협금융지주 |
“농협금융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2017년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김용환 NH농협금융회장이 지난달 25일 ‘2017년도 경영계획 및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올 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거액부실로 실적 악화를 기록했던 농협금융이 내년 체질개선을 통한 재도약을 선언했다.
내년 경영전략으로는 ▲지속가능 경영기반 구축 ▲사업 경쟁력 제고 ▲신성장동력 확보 ▲농협금융 DNA 정립 등 4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내부에는 글로벌사업과 디지털금융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조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번 조직 및 인사개편을 예년보다 한달가량 앞당겼다. 조직을 2017년 경영체제로 빨리 전환시켜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권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농협금융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자산건전성이 개선됐으나 농협금융 실적의 발목을 잡아온 조선·해운업황의 회복될 가능성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빅 배스 효과, 조선·해운업황 개선될까
농협금융의 자산건전성은 김용환 회장의 비상경영 체제로 많이 회복한 상태다. 김용환 회장은 비상경영 체제를 돌입해 하반기 비용절감, 점포 통폐합, 리스크관리제도 정비, 거액 부실 여신사전 방지 등 강도 높은 내실경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87억원을 기록했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내년에 더 나은 실적을 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관건은 올해 농협금융 실적을 떨어뜨렸던 조선·해운업황이 회복할지 여부다. 조선·해운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늘어나면 농협금융이 1조원 넘게 쌓은 충당금 부담이 또 늘어난다.
상황은 좋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으로 일단 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대우조선이 보유한 현금은 7000억∼8000억원 가량이다. 반면 한달 소요되는 운영비는 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다음해 4월부터 11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9400억원에 이른다.
현재 NH농협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한 대출은 총 1조3346억원으로 요주의에 분류된다. 내년에 대우조선이 수주한 배들이 하나씩 나가면 농협금융의 부실채권이 줄고 쌓아놓은 충당금이 환입돼 수익이 보전될 수 있다. 다만 조선·해운업의 불황이 지속되면 농협금융의 부실채권은 또다시 늘어난다.
앞서 농협금융은 대우조선, STX조선 등 조선업 부실대출에 대비해 쌓았던 손실충당금 규모를 지난 2분기 1조14억원에서 3분기 1008억원으로 90% 가까이 줄였다. 부실여신을 대거 정리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1.59%로 전년 말보다 0.68%포인트 떨어져 건전성도 개선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를 조기 인도하고 원가절감 노력으로 3%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으나 회계법인이 보수적인 회계잣대를 들이대 적자 실적을 기록했다”며 “대우조선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한 자구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혀 은행의 부실채권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계열사 사장·임원 물갈이 주목
농협금융 계열사의 CEO 선임작업도 농협금융이 재도약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은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농협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당장 내년부터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할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과 이신형 농협캐피탈 사장의 임기는 내년 1월,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는 내년 3월까지다. 김희석 농협생명 부사장, 김호민 농협은행 부행장과 윤동기 부행장의 임기도 올해 연말 만료된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인사를 책임지는 김용환 회장의 임기도 내년 4월28일 끝난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정국이 혼돈에 빠지면서 김용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나오고 있지만 단언하긴 이르다.
농협금융 회장 선임은 통상적인 공모방식이 아닌 후보자를 낙점 후 후보자의 의사를 타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후보군 분류, 외부 서치회사 의뢰, 회추위 논의, 면접 등 절차를 감안하면 최소 회추위 절차가 적어도 3주에서 길게는 4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회추위는 3명 이상의 사외이사, 2인 이내의 사내이사 또는 비상임이사로 구성된다. 이들 중 4명이 찬성해야 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핵심계열사인 농협은행이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고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도 지난 3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모두 악화됐다"며 "내년에는 금융지주회장과 계열사 사장이 전부 교체되는 만큼 농협금융을 진취적으로 끌고 나갈 수장 선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