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충격과 삼성전자, 한진해운 등 굵직한 국내 재계의 문제까지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고 바람 잘 날 없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돌출 변수가 끊임없이 나왔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도 여전히 시끄럽다. 각 분야에서 역사의 현장을 누빈 머니S 기자들이 올 한해를 되돌아봤다. 각 팀을 대표하는 4명의 기자가 분기별 키워드를 뽑아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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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장효원, 김노향, 정의식, 이남의, 허주열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방담 참석자>
▷정의식 산업부장(사회자)
▷김노향 산업2팀 기자
▷허주열 산업1팀 기자
▷이남의 금융팀 기자
▷장효원 증권팀 기자
▷정의식 산업부장(사회자)
▷김노향 산업2팀 기자
▷허주열 산업1팀 기자
▷이남의 금융팀 기자
▷장효원 증권팀 기자
◆1분기, ‘알파고’와 ‘ISA’
- 올 초 최대의 화제는 단연 알파고였다. 이세돌-알파고 바둑 경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는데.
▶허주열 기자(이하 허)= 알파고가 이슈화된 건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선입견을 깼기 때문이다. 복잡한 바둑 알고리즘을 인공지능이 따라잡았다는 건 의미가 크다. 인공지능의 위력과 가능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전통적인 제조기업들도 정보통신기술 융합 쪽으로 섹터를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남의 기자(이하 이)= 알파고 이슈 이후 금융권에서는 인공지능과 자산관리를 접목하는 기술 개발이 많아졌다. 그 일환이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축적된 빅데이터를 고도의 알고리즘을 통해 펀드매니저나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 ‘ISA(이사)하라’는 광고를 올 초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는데 관심만큼이나 논란도 있었던 것 같다.
▶장효원 기자(이하 장)= 처음 ISA 도입 목적은 국민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는 것이었지만 5년이라는 긴 가입 기간과 비과세 혜택이 적다는 단점 때문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시행 초반에는 가입자 수가 150만명가량으로 집계됐지만 점점 그 수가 줄어들었고 지난 10월에는 순감(해지)으로 돌아섰다.
▶김노향 기자(이하 김)= 지금은 아무리 세제혜택과 정책이자를 높여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재형저축(재산형성저축)이 처음 도입된 1976년에는 이자율이 연 20%였기 때문에 솔깃했지만 현재는 금리가 너무 낮아 ISA가 성공하기 어렵다.
▶허= ISA는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정책이다. 국민의 재산을 모아 증식시키기엔 유인 요소가 매우 약하다. 5년 동안 목돈을 묶어 둔다는 게 서민에겐 부담이고 서민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결과다. 5년 동안 2000만원 이상 유동현금을 묶어 둘 수 있는 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ISA는 실패가 예견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2분기, ‘생체인식+갤럭시노트7’과 ‘브렉시트’
- 4차 산업혁명 과도기에 놓인 지금, ‘생체인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허= 생체인식 기술이 국내에서 관심을 모은 계기는 지난 4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홍채인식이 도입된다는 설이 나오면서부터다. 지난 8월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폭발사고 없이 성공했다면 생체인식을 통한 본인인증 기술이 보다 빨리 국내에 확산됐을 것 같다. 갤럭시노트7 실패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손실이 총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까지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셈이다.
▶장=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노이즈’로 봤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식은 180만원선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회복 중이다.
- 지난 6월 브렉시트 가결로 글로벌시장의 충격이 상당했다. 지난 11월엔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측이 계속 빗나가는 이유는 뭘까.
▶장= 지난 6월 브렉시트가 가결돼 글로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부결이 우세했기 때문에 충격도 컸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바로 ‘반세계화’다. 반세계화 물결로 세계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올해 유독 글로벌 변동성이 컸고 우리나라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나름 대비를 하지만 실효성이 약하다.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3분기, ‘한진해운’과 ‘한미약품’
- 하반기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이 일어났다. 정부의 대책 부족과 기업의 방만경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한진해운은 지난 9월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진해운의 경우 공해상을 떠돌아다니는 중에 법정관리가 결정되는 바람에 배가 압류당해 물류 대란으로 이어졌다. 우리정부가 미리 각국 정부에 압류 금지를 요청하지 않은 탓에 97척이 압류됐고 피해도 20조원 규모로 커졌다.
▶허=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우리나라에서 물류, 특히 해운업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대응이 일을 키웠다. 한진해운의 방만경영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금융논리만 앞세워 한진해운을 무책임하게 해체한 정부의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김=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오너가의 방만경영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힘들어지면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무를 탕감 받으려는 기업들의 안일함은 과거부터 지적이 많았다.
▶이= 한진해운에게 채권을 줬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정부예산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했다. 부실채권 때문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부실 위기에 놓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이들에 추가 지원을 했다. 문제는 전부 국민 세금이라는 점이다. 전반적인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
- 지난 10월 한미약품 ‘늑장 공시’가 문제가 됐다.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허= 한미약품은 지난 9월29일 오후 미국 제약업체와 1조원대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공시’를 하고 다음날 오전 9시29분 독일 제약업체인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공시’를 올렸다. 개인투자자는 29분간 전날 호재 공시만 보고 대대적 매수에 나선 반면 기관투자자는 일평균 수량보다 4배나 많은 물량을 쏟아냈다.
▶장= 한미약품이 장 시작 전에 공시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 장 시작 29분 후 공시하면서 손실이 커졌다. 호재성 공시를 올린 다음날 시간차를 두고 악재성 공시를 한 건 문제가 있다. 유출된 정보를 미리 알았던 기관 또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공매도했고 전날 공시를 보고 매매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만 피해가 급증했다. 공매도의 문제점도 있지만 늑장 공시가 더 문제였다.
▶허= 최근에도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 임상이 중단됐다는 찌라시가 돌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해 80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늑장 공시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30만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11·3 부동산 대책’과 ‘최순실 국정농단’
- 11·3 부동산 대책, 실효성은 있는 건가.
▶김= ‘11·3 부동산 대책’은 투기과열지역을 규제하는 정책인데 이로 인해 요즘 부동산시장이 위축됐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정책을 많이 내놨으나 앞으로 1년 정도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부동산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서민들에게 부동산대출을 권장하면서 채무자 수가 급증했다. 현재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달하는데 외환위기 수준보다 높은 상태다. 자칫하면 국가 신용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김= 부동산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확대된 주택담보대출 문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빚 없이 집을 구매했어도 생활비가 부족해 집을 담보로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차주(대출자)의 부담은 커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상환을 재촉할 수밖에 없고 차주는 원금 독촉과 이자 지급에 시달리게 된다.
▶허= 2채 이상 가진 ‘투기성’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되 1채만 보유한 사람에겐 지원을 하는 선별적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 엘시티와 최순실 국정농단 등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사건이 올 하반기에 연쇄적으로 터졌다.
▶허= 한국 사회의 정경유착이 만든 폐해다. 정부가 요청해 어쩔 수 없었다는 기업의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기업이 아무 이유 없이 큰돈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정경유착이라는 낡은 악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다. 이제는 자본의 논리보다 정의가 강조되는 시대로 변해야 한다. 편법은 지양하고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하며 정부도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 정치권 이슈는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 연말 인사도 그렇다. 당국 수장과 각계 CEO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추진하던 개혁도 흐지부지돼 문제가 많다. 정치권이 인사에 관여하다 보니 정치적 혼란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조속한 분리가 필요하다. 내년에 있을 국내 대선을 포함해 글로벌 상황이 많이 바뀔 텐데 올해의 학습효과로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에 잘 대비해 희망적인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