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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거래약정서/사진=뉴스1DB |
내년부터 은행권에 DSR(총제적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된다. 대출이 많은 차주들은 추가 대출심사가 깐깐해지고 신규 대출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DSR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일컫는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물론 카드론·자동차 할부금·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다른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더한 다음 이를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기존 DTI(총부채 상환비율)와 다른 점은 DTI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다른 부채의 이자를 더한 값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것이지만 DSR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다른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전부 더한 값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다. 따라서 다른 대출이 많으면 대출을 갈아타거나 새로 대출받을 때 대출한도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이달 초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DSR을 도입했다. 이어 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은행들도 연내 시스템 준비를 마치고 DSR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방은행들도 내년 초까지 DSR 도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DSR이 70~80%를 넘으면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DSR 역차별 논란, 마이너스 통장 있으면 대출한도 낮아져
금융당국은 DSR을 DTI처럼 일괄 적용하지는 않기로 했지만 소득은 낮고 빚이 많은 서민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질 우려가 커졌다. 또 DSR은 신용정보원이 '1년 내 갚아야 할 원리금 정보'만 제공하기 때문에 차주의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DSR이 적용되면 당장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는 고객의 대출한도가 낮아진다. 이를테면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금리 연 4% 5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면 사용액과 관계없이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5200만원, DSR이 104%로 올라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B씨가 연 10% 금리에 만기 1년6개월 남은 저축은행 신용대출 5000만원을 쓰고 있다면 DSR은 10%에 불과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마이너스통장을 열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과 상환능력이 높은 A씨가 B씨보다 대출받기 어려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DSR이 다양한 대출상품과 대출조건 등을 세밀하게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대출심사 지표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또 신용정보원의 대출정보에 대부업체의 대출정보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나온 DSR을 가계대출 지표로 삼기는 무리가 있다"며 "대부업체 대출 내역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 DSR 산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뿐 아니라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 개편작업
은행권은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들이 작업 중인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 개편 결과에 따라 DSR의 적용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가산금리를 포함한 대출금리체계 개편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신용상황 등을 감안해 더하는 일종의 위험가중 금리로 은행이 조달원가, 경상비, 은행별 대출정책 등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이른바 은행의 영업비밀로 가산금리의 책정방식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높여 금리인상기 과도한 이자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당국이 가산금리를 포함한 대출금리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정하면 가산금리가 제한되고 전체적인 대출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금리결정에 제한이 생기는 만큼 DSR을 폭넓게 적용해 은행이 떠안을 수 있는 부실채권을 줄이는 보수적인 방식으로 대출할 것이란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금융당국이 내년도 고정금리를 42.5%에서 45%로, 분할상환 대출을 50%에서 55%로 목표치를 올려 이자수익이 묶인 고정금리 대출 부담이 커졌다"며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산정방식을 정하는 모범규준 세부항목을 정하면 이자수익이 떨어져 대다수 은행들은 DSR 적용범위를 늘려 부실채권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