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환경이 안갯속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의 시계추가 한동안 멈춘 데다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융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자국보호정책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리스크까지 겹쳐 한국 금융시장은 더욱 암울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금융환경이지만 금융지주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앞세워 고객 마음을 공략할 방침이다. KB·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금융지주사(은행)의 내년 경영전략을 미리 짚어봤다.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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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에 집중… 핀테크도 적극
금융지주사의 내년 키워드는 크게 시너지, 핀테크, 글로벌 진출 등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올해 금융지주사는 굵직한 사업을 진행했다. KB금융지주가 옛 현대증권을 인수해 비은행계열사의 덩치를 키웠고 하나금융지주는 옛 외환은행과의 전산통합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경쟁에 뛰어들었다. 더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민간은행으로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NH농협금융지주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목표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글로벌·디지털 조직을 강화해 내년에는 한단계 도약하는 터를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꼽히며 핀테크에도 적극 진출할 방침이다. 각 금융지주사는 올해 생체인증과 빅데이터,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결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오랜 숙원과제인 글로벌 진출도 금융지주사가 계속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내에선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작아 출혈경쟁이 지속하는 만큼 동남아 등 신흥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일본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사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은 올해보다 금융환경이 더욱 어렵고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며 “국내에선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안팎으로는 신흥국에 우리금융 서비스를 도입하고 선진국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귀띔했다.


◆민영화 호재·비은행 역점

금융회사 가운데 내년 경영전략을 가장 먼저 공개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내년 경영목표로 ▲금융지주체계 재구축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플랫폼네트워크 강화 ▲글로벌시장 질적 성장 도모 ▲이종산업 진출 활성화 및 국내외 다양한 수익기회 도모 등 5가지를 실천과제로 뽑았다.

이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금융지주체계 재구축이다. 우리은행은 2001년 4월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됐는데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을 해체하고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 비금융 자회사 6개와 광주은행, 경남은행을 매각했다. 지금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등 소수만 남았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민영화 본입찰 결과 7개 투자자, 낙찰수량 29.7%의 결과표를 받으며 민영화에 성공했다. 4전5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번 민영화 성공과 관련해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사자성어로 소회를 밝혔다. 금선탈각은 애벌레였던 매미가 껍질을 벗으면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화려한 금빛 날개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은 일단 내년 상반기 중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PE 등 7개의 자회사를 지주체제로 재편할 계획이다. 이후 증권사와 보험사 등을 인수·합병(M&A)해 몸집을 키우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KB투자증권과 KB손해보험 등 비은행 주도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비은행 계열이 약했다. 하지만 옛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옛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을 맞췄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실천과제로는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활성화 방안, 핀테크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경쟁력 확보 등이 꼽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열린 2017년 그룹 경영계획 워크숍에서 “현대증권 인수를 계기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고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른 금융시장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글로벌 진출에 초점

하나금융은 ▲혁신 성장동력 확보 ▲이익창출기반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윤리경영 확산을 내년도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 중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계열사 시너지를 통한 혁신 성장동력 확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6월 옛 외환은행과의 전산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과 거래하던 고객은 933개의 KEB하나은행 모든 영업점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와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 및 수출입업무 등의 한층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를 모든 지점에서 같이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은행의 강점인 ‘모바일’과 외환은행의 장점인 ‘글로벌 진출’을 양대 축으로 수립해 내년 수익사업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내년 1월 ‘신한 경영포럼’을 통해 경영전략 세부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일단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핀테크와 모바일, 글로벌시장을 주요 화두로 내걸 계획이다. 또 가계부채가 걸림돌이 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NH농협금융 역시 지속할 수 있는 경영기반 구축, 사업경쟁력 제고, 신성장동력 확보, NH농협금융 DNA 정립, 글로벌 디지털 조직 강화 등을 기초로 내년 먹거리사업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글로벌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릴 것으로 예측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