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터키를 ‘여행의 끝’이라 말한다. 터키를 봤으면 더 이상의 여행이 필요없다는 의미다. 카파도키아는 터키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자연의 익스테리어와 인간의 인테리어로 완성된 땅,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감탄이 터져나오는 곳, 카파도키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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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샤바계곡. |
◆동화와 우주 공존하는 파샤바 계곡
흰 모자를 쓴 파란 스머프들이 노래를 부르며 버섯 집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개구장이 스머프>의 작가는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스머프를 만들었다. <스타워즈>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하다. 같은 풍경 속에서 아기자기한 스머프가 나오고 광활한 우주 전쟁도 나왔으니 이곳이 가진 매력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귀여운데 웅장하다. 아기자기한데 압도당한다. 여행자는 모순의 굴레에 빠진다.
예전에는 이 바위에 요정이 산다고 믿었다. 그래서 ‘요정의 굴뚝’이라 명명했고 모양 그대로 ‘버섯바위’라고도 불렸다. 스머프가 탄생한 곳이라 ‘스머프 마을’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어마어마하게 큰 버섯들이 평평한 땅 위에 불쑥불쑥 올라와 있다. 병풍처럼 둘러선 배경은 흐르는 듯한 바위 계곡이다.
어쩌다 이런 게 생겨났을까. 수천년 전이라고도 하고 수만년 전이라고도 한다. 살아 있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옛날이라 하자. 에르지예스 화산이 폭발하며 화산재가 날아왔고 그 위로 용암이 흘렀다.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버섯의 갓 부분은 단단한 화강암, 기둥부분은 무른 응회암이라 침식의 속도가 달랐기 때문에 버섯 모양이 됐다.
응회암은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것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굴을 팔 수 있었다. 이곳에 사람이 산 것은 기원전부터라고 하는데 지금 남아 있는 유물은 4세기부터 박해를 피해 온 수도자들의 것이다. 그들은 방과 부엌, 식당, 곳간, 마구간, 화장실 등을 만들었다. 동굴에서는 안 되는 게 없었다. 그리하여 외관은 자연이, 내부는 인간이 완성한 신비로운 계곡이 만들어졌다.
이곳은 길이 잘 조성돼 산책 삼아 걷기 좋다. 언덕 쪽으로 올라가면 이 계곡을 좀 더 넓게 조망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볼수록 버섯 집들은 스머프 마을처럼 보인다. 그 중에서도 우뚝 솟은 원뿔 기둥 집이 눈에 띈다. 이곳은 박해 시절 성 시메온이 수련한 곳이다. 높이 15m로 식사시간과 교회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수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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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박물관. |
◆교회, 교회, 교회, 야외박물관
카파도키아는 오랫동안 기독교인들의 은신처였다. 그들은 이 지역에 1000여개의 교회를 만들었다. 야외박물관 지역에 365개의 교회가 있었다는데 그중 30여개 교회가 개방돼 관람이 가능하다.
평균 30m의 높은 돌기둥에 만들어진 교회들은 기어올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4세기부터 13세기 비잔틴 시대까지, 그리고 오스만투르크제국 시기 등 기독교인이 탄압받던 시대에 그들은 돌기둥에 동굴을 만들고 교회를 지어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이곳의 주요 유물은 프레스코화다. 교회마다 그림의 수준은 다르지만 내부에 빛이 잘 들지 않고 날씨가 건조해 그림들이 잘 보존됐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동굴 교회에서 사진 촬영은 철저히 금지된다.
특히 ‘암흑 교회’(카란륵 교회)의 프레스코화가 백미다. 이 교회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교회 이름처럼 유난히 어두워서 그림이 생생히 보존됐다. 교회 내부에 빽빽하게 그려진 성화는 다른 곳들과 확연한 수준차이를 보이는, 완성도가 아주 높은 작품들이다. 이곳 야외박물관 프레스코화를 소개하는 대표그림으로도 활용된다.
8~9세기 이슬람교의 성상파괴운동으로 얼굴, 특히 눈과 발이 손상된 점은 아쉽다. 물론 사진 촬영은 금지이며 이 교회만 별도의 입장료를 받는다. 이외에도 사과 교회, 뱀 교회, 샌들 교회, 버클 교회 등 많은 교회가 있다. 이 교회들의 귀여운 애칭은 아직도 사용된다.
수도사의 생활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프레스코화가 없어 사진 촬영이 허용되므로 답답했던 셔터가 소리를 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검게 그을린 동굴은 부엌, 바위를 깎아 식탁을 만든 동굴은 식당이었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에 굴을 판 것도 신기한데, 그냥 파낸 것이 아니라 용도에 맞게 식탁, 의자, 사다리, 화로, 벽장 등을 만들어 낸 것이 대단하다. 아무리 무른 바위라 한들 바위는 바위다. 숨어 들어왔던 그들의 절실함과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의지가 느껴진다.
괴레메 마을에서 묵는다면 야외박물관까지 걸어가는 것도 좋다. 마을에서 야외박물관까지는 걸어서 30분이고, 박물관을 다 본 후 구부러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박물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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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신마을. |
◆고대와 근대 아우르는 차우신마을
이곳은 벌집 모양의 바위산마을이다. 오스만제국 시대에 그리스인과 터키인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몇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기 때문에 집 모양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아주 오래된 느낌이 드는 동굴집이 있는가 하면 현대의 집처럼 문과 벽이 각진 모양을 한 곳도 있다. 동굴에 벽돌을 덧대기도 했고, 문에 장식을 하는 등 멋을 내기도 했다.
앞서 말한 ‘최근’은 1960년이다. 이때 마을 언덕이 무너지자 정부가 마을 주민을 이주시켰다고 한다.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는 스산하지만 약간은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인지라 다른 유적지보다 친근한 느낌이 든다. 빈 집 중에는 카페나 기념품점, 호텔로 쓰이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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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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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바위. |
◆낙타바위와 가족바위
낙타바위와 가족바위는 차로 여행할 때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이 중 낙타바위는 어둑해질 때쯤 아웃라인으로 보면 더욱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막 한가운데 낙타 한마리, 배경은 상상하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상상계곡’(Imaginary Valley)이다.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가족바위는 터키 관광사진에 흔히 등장한다. 아빠와 엄마 사이에 아이가 다정하게 섰는데 파노라마가 아름다워 전망대로 그만이다. 맑은 하늘에 시야를 아주 멀리 보면 에르지예스 설산도 볼 수 있다. 높이가 4000m에 이르는 백년설에 덮인 산이다. 이곳에서는 바위, 대지, 계곡, 설산과 하늘까지 다채로우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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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safak. |
[여행 정보]
한국에서 터키 카파도키아(괴레메) 가는 법
한국에서 터키 이스탄불: 인천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괴레메(카파도키아 여행의 중심이 되는 마을)
로컬항공: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이세리로 이동(터키항공, 페가수스항공 등) – 카이세리에서 METRO 버스로 괴레메까지 이동
버스: 이스탄불 오토갈(otogar. 버스터미널)에서 메트로, 네브쉐히르 등 버스를 이용하여 괴레메까지 이동(소요시간 11시간. 보통 야간버스를 이용한다.)
환율: 1리라 = 약 342.7원
메트로 버스: http://www.metroturizm.com.tr
네브쉐히르 버스: http://www.nevsehirlilerseyahat.com.tr/
파샤바 계곡
Paşabağ, Avanos, Nevşehir, Turkey
괴레메 야외박물관 (Göreme Open Air Museum)
전화번호: 384-213-42-60 / Müze Yolu, Göreme/Nevşehir, Turkey
입장시간: (4월~10월) 오전 8시 ~ 오후 7시 / (11월~3월) 오전 8시 ~ 오후 5시
입장료: 20리라
암흑교회 입장료: 10리라
오디오 가이드(한국말 있음): 15리라
레드투어
카파도키아에는 주요 여행지를 둘러보는 한나절, 또는 반나절 투어 상품이 있다. 그 중에서 야외박물관, 파샤바 계곡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을 흔히 ‘레드투어’라 부른다. 버스터미널 근처의 여행사나 숙소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한국어 가이드를 제공하는 여행사도 있다. 이 밖에도 그린투어, 짚 투어, 벌룬 투어, 로즈 투어 등 다양한 방식의 여행 상품이 있다.
음식
Café Safak: 조용하고 따스한 분위기로 간단한 식사나 스낵, 커피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카파도키아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http://cafesafak.weebly.com
숙박
Shoestring Cave House: 괴레메에 있는 동굴 숙소이다. 도미토리, 디럭스룸, 패밀리룸 등 다양한 객실과 옥상에 수영장이 있다. 가장 ‘동굴’다운 객실은 도미토리룸이라 할 수 있다.
http://www.shoestringcave.com
음식
Café Safak: 조용하고 따스한 분위기로 간단한 식사나 스낵, 커피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카파도키아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http://cafesafak.weebly.com
숙박
Shoestring Cave House: 괴레메에 있는 동굴 숙소이다. 도미토리, 디럭스룸, 패밀리룸 등 다양한 객실과 옥상에 수영장이 있다. 가장 ‘동굴’다운 객실은 도미토리룸이라 할 수 있다.
http://www.shoestringcave.com